tvN 새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방송 전부터 엄청난 관심이 쏠린 작품이다. '응칠', '응사'를 연달아 성공시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콤비의 3번째 작품이라는 점이 기대를 한층 부추겼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짙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여주인공 혜리(걸스데이)의 연기력에 대한 대중의 냉혹한 평가다.
'응답하라'가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모든 시리즈물이 시작할 때 종종 불거지곤 하는 팬들의 과한 간섭과 애정 쯤으로 기분 좋게 넘겨 생각할 수도 있다. 어쨌든 혜리가 '연기'에 도전해 보여준 작품들(특히 최근작들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에서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킬만큼 완벽한 연기를 보여주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긴 하니깐.
그런데 이 모습, 왠지 낯설지 않다. 2년 전 '응답하라 1994' 여주인공으로 고아라가 나섰을 때도, 그보다 1년 더 전인 '응답하라 1997'에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걸그룹 에이핑크의 멤버 정은지가 발탁됐을 때도 비슷한 반응이었다. '미스 캐스팅'이라는 주장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런 우려가 해소됐던 건 첫 회 방송이면 충분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전작의 여주였던 정은지와 고아라의 연기력을 지적하는 이는 없다.
'응팔' 혜리도 이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을까는, 곧바로 신원호·이우정 콤비의 세 번째 성공과 맞닿아 있다. 혜리의 연기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하는 순간은 이미 '응팔'에 깊이 빠져있을 확률이 농후하다. '응칠'과 '응사' 때 그랬던 것처럼.
첫 방송에 앞서 1주일전 공개된 '응팔' 0회는 혜리의 왈가닥 연기가 담겼다. 충분한 시간이 할애되지 않아, 또렷한 판가름을 하기에 어려움은 있다. 0회로 채워지지 않던 묘한 여운 같은 걱정은 연출자이자 혜리를 캐스팅한 연출자 신원호 PD가 직접 해소했다. 방송 하루 앞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그는 가장 먼저 받은 '혜리의 캐스팅과 연기'에 대한 질문에 확신에 찬 답변을 쏟아냈다.
신원호 PD는 "아직도 연기에 대해 잘 모른다. 캐스팅의 기준이 있다면, 작품 속 캐릭터에 꼭 맞는 인물을 찾는데 주력한다는 점이다. 실제와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고 싶은 생각이 크다"며 "혜리는 성덕선 역을 만들때 실제로 참고했던 친구다. 예능프로를 통해 본 혜리의 모습이 지금의 덕선이다"며 창조된 성덕선 캐릭터의 자양분이 혜리임을 밝혔다.
연기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변을 내놓았다. 신 PD는 "현재로서는 혜리의 연기가 굉장히 만족스럽다. 전 주관적일 수 있지만, 현장에 있는 스태프나 선배 배부들 역시 이런 혜리에 대해 굉장히 칭찬하고 만족스러워 한다"고 전했다. 또 "항상 신선한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친구다. 실제적인 리얼한 연기를 보여준다"고 일부의 우려를 일축했다.
혜리는 '응팔'에서 쌍문여고 2학년 혜리 역을 맡았다.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라는 뜻으로 쌍문동 '특공대'라 불리는 독특한 캐릭터다. 교과서보다 하이틴 로맨스, 성적보다 외모에 관심 많은 유쾌발랄 낭랑 18세인 덕선(혜리 분)은 또 한 번 '남편 찾기'에 나서 로맨스를 펼친다.
이를 통해 혜리가 '섹시한 걸그룹 멤버', '애교가 귀여운 연예인' 등의 색깔에 '연기 잘하는 배우'를 추가할 수 있을지가 어쩌면 '응팔'의 첫 회에서 가장 궁금한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이제껏 캐스팅에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응답' 제작진의 선택이 또 한 번 '신의 한 수'가 될까. 그렇다면 당장 내일부터는 혜리의 연기력에 대한 어줍잖은 걱정 따위는 꺼내들기조차 힘든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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