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활 10년 차. 하지만 결혼 후 처갓집을 찾은 건 고작 세 번. 장모님 생신도, 나이도, 식성도 모르는 문제 사위 김정민이 ‘백년손님’에 나타났다.
지난 5일 방송된 SBS '자기야-백년손님‘에서는 장모 타미코 여사와 처가살이를 시작한 가수 김정민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사위와 대화를 하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고 있지만 간단한 인사말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일본인 장모와 일본어가 서툰 한국인 사위는 의사소통부터 어려움에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 많은 대화보다 마음으로 뜻을 전달하겠다며 남다른 포부를 다진 김정민이였지만 막상 대화가 순조롭게 통하지 않자 진땀을 흘렸다.
장모와 단둘이 남아 어색한 시간을 보내게 된 그는 식사 준비를 시작했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지만 밖이 아닌 집에서 식사를 하고 싶다는 장모의 뜻을 따라 부엌에 들어섰고, 장모의 도움도 마다하며 큰소리를 쳤다. 이런 김정민이 준비한 건 훈제오리구이와 달걀찜이었다. 자신을 위해 생애 첫 요리에 도전한 사위가 내놓은 식사에 타미코 여사는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달걀찜은 다 타버려 먹을 수 없었고, 훈제오리구이 역시 닭 종류를 먹지 못하는 장모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유일하게 싫어하는 음식마저 알지 못하는 사위에게 장모는 실망과 서운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민의 노력은 계속됐다. 장난기 많은 장모와 얼굴 낙서를 벌칙으로 걸고 복불복 게임을 했고, 잇따른 패배로 낙서가 가득한 얼굴을 한 채 ‘슬픈 언약식’을 부르며 장모를 웃게 만들었다. 또한 시장을 좋아하는 장모를 위해 함께 장보기에 나서기도 했다. 일본에는 없는 식재료와 다양한 먹을거리에 신이 난 타미코 여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즐거워했고, 이런 장모를 위해 김정민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시장 구경을 마친 두 사람은 칼국수를 먹기 위해 마주 앉았다. 함께 식사를 하며 타미코 여사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얘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매사에 무뚝뚝하고 표현이 서툰 사위의 기분을 알 수 없어 장모는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같이 먹어도 돌아오는 건 무표정한 얼굴로 하는 맛있다는 말 한 마디. 뿐만 아니라 선물을 건네도 고맙다는 말은 하지만 기뻐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 장모는 자신이 준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지 고민하고 있었다. 리액션이 크고 기쁘거나 좋은 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일본인 장모에게 김정민의 감정 표현은 모자라기만 했던 것. 이에 김정민은 다시 한 번 음식을 먹고 과장된 몸짓과 표정으로 맛을 표현했고, 비록 어색한 모습이었지만 장모는 환하게 웃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져갔다. 일본인 장모와 한국인 사위 사이에는 여전히 언어와 문화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그 장벽이 허물어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듯 보였다. 아무리 소중한 사랑이라도 표현하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라는 사실을 사위 김정민이 비로소 깨달았으니 말이다.
한편 '자기야-백년손님'은 고부갈등 보다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장서(사위와 장모)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이들이 함께 지내며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목요일 오후 11시 15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자기야-백년손님’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