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아빠 어디가' 등 한국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 중국판으로 제작돼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이러한 인기에 무임승차하는 짝퉁 프로그램의 제작도 끊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남긴다.
'런닝맨'의 중국판인 '달려라 형제'는 중국 방송계에서 초특급 인기 프로그램만이 기록할 수 있는 시청률 5%대를 넘어서며 대륙의 국민 예능으로 자리 잡고 한류 예능의 인기 열풍을 선도하는 중. 이에 한국 예능프로그램의 포맷이 중국에 잇달아 수출되면서 중국 내 한국 콘텐츠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인기에 편승하려는 중국 일부 방송사와 제작사가 표절프로그램을 끝없이 만들어냄에 따라, 예능 콘텐츠의 질적 저하가 심각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 이같은 표절 사태는 정식 중국판의 론칭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어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한국 예능 프로그램의 중국 내 높은 인기를 감안할 때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큰 만큼 표절 사태의 재발을 방지할 강도 높은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최근 중국 지역 지상파와 온라인 등 유력 플랫폼을 통해 ‘히든싱어’와 포맷이 같은 ‘은장적 가수’라는 프로그램이 방송돼 물의를 빚었다. 중국 유력 미디어그룹인 상하이 SMG 소속 방송사에서도 JTBC와 어떤 상의도 없이 이 프로그램을 내보내 문제가 됐다.
‘은장적 가수’는 JTBC와 정식 판권계약을 맺지 않은 채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란 사실이 중국 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것. JTBC는 중국판 '히든싱어' 제작을 위해 계약을 체결한 화책미디어와 함께 다각도로 대응방안을 모색중이다.
JTBC 측은 6일 “사전에 어떤 논의도 없이 별도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엄연히 말해 표절이다. 제목부터 세트 및 카메라 워크와 편집방식까지 모두 베낀 케이스”라며 “현재 JTBC는 ‘히든싱어’의 정식 중국판 공동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초 방송을 목표로 중국 제작사에서 기획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CCTV1과 정식으로 중국판 제작 계약을 체결한 MBC 대표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도 무단도용을 당하고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MBC는 지난 7월 중국의 동방위성TV가 방송 10주년을 맞은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을 표절해 제작한 뒤, '극한도전(限挑)'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방송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판 짝퉁 프로그램 '극한도전'은 '무한도전'에서 크게 화제가 됐던 특집 프로그램인 '나 잡아봐라 (169회)', '돈 가방을 갖고 튀어라 (110회)', '극한알바 (406회)', '여드름 브레이크 (158회)' 등의 내용을 짜깁기했다. '극한도전'의 4회 방송분을 지난 2011년 9월에 방송된 '무한도전-스피드 특집2'와 비교하면, 기획의도와 구성 내용, 그리고 심지어 카메라 앵글과 자막까지 거의 복사 수준으로 베꼈다는 분석.
MBC는 "이 같은 불법적인 제작 과정에 일부 한국에서 건너간 인력들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으며, 한류 콘텐츠 발전을 위해 도를 넘은 짝퉁 근절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국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도 중국에서 고스란히 베껴갔다. 지난해 SBS와 KBS는 중국 강소위성TV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과 '개그콘서트'의 표절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강소위성TV는 '다같이 웃자'라는 예능프로그램을 첫 방송했는데, 이 프로그램은 '웃찾사',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를 표절했던 것.
SBS는 "코미디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전수하기 위해 중국 강소위성 TV와 서로 선의의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업무 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강소위성TV에서 방송한 새 코미디 프로그램 '다같이 웃자'에서 '웃찾사' 중 5개 코너 및 KBS 2TV '개그콘서트' 중 1개 코너와 거의 유사한 내용이 방송되었음을 사후에 확인하게 됐다. SBS는 강소위성TV 측에 '웃찾사'의 개별 코너들을 '다같이 웃자'에서 리메이크하여 방송하도록 허용한 적이 결코 없다"고 말했다.
KBS도 '시청률의 제왕'을 그대로 베낀 강소위성TV에 대해 "타사 프로그램의 형식과 내용을 베끼는 걸 넘어 코너 제목까지 그대로 갖다 쓰는 건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희미한 중국 방송에서도 그 예를 찾기 힘든 일"이라며 "중국 규제당국인 광전총국과 강소위성TV에 엄중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촉구할 방침이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지만, 표절 사태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jykwon@osen.co.kr
[사진]JTBC, MBC, SBS, 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