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가 여주인공을 맡은 tvN 새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이 6일 첫 방송되면서 그녀에게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걸그룹 출신'에 '연기 초짜'라는 이유로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아직 방송이 시작되기도 전이고 앞으로 연기력을 검증할 시간은 충분하기 때문에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
물론 혜리를 향해 비뚤어진 편견의 시선이 향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돌이라는 전제조건이 붙기 때문. 앞서 '응답하라 1997'의 여주인공을 맡은 에이핑크 정은지에게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었다. 하지만 자신을 위협하던 날카로운 잣대를 말끔하게 접고, 이제는 믿고 볼 수 있는 여배우로 탄생했다. 정은지는 현재 방송중인 KBS2 드라마 '발칙하게 고고'에서 주연을 맡아 극을 이끌고 있다. 가수 활동은 물론 연기자로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혜리에게도 일말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지난 2012년 드라마 '맛있는 인생'을 시작으로 '선암여고 탐정단'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하며 연기자에 대한 꿈을 착실하게 키워오고 있다. 본인도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것은 초반에 계획했던 성덕선 캐릭터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공부는 못하고 얼굴에만 관심이 있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천방지축 둘째딸 캐릭터로서 혜리가 제격이라는 얘기다.
신원호 PD는 지난 5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각본을 쓰면서 혜리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모습을 많이 참고했다. 만나보니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친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며 "현재로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주관적일 수 있지만 현장의 스태프나 선배 배우들도 굉장히 칭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이 자칫 '망할 수도 있는 세 번째 시리즈'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지고 혜리를 캐스팅한 이상, 드라마가 방송되고 나서야 그녀가 배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 지금은 믿고 캐스팅한 제작진에게 맡기는 것이 옳을 듯 싶다.
우리는 그동안 웃음과 감동을 준 명작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다시 한 번 안방극장을 찾아온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시청하는 게 먼저 할 일이 아닐까./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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