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뒤늦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제제'와 관련한 논란이 불거진 지 약 이틀 만에 발표한 이 사과문에는 그간 발생했던 논란에 대해 요목조목 항목을 짚으며 사과하는 아이유의 입장이 들어있다. 하지만 세세하게 적어내린 사건 경위로 인해 오히려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아이유의 사과문은 어긋난 타이밍까지 더해져 대중의 성난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과에서 가장 중요한 열쇠를 꼽자면 진정성과 타이밍일 것이다. 특히 아이유와 같이 다양한 연령층에서 파급력을 발휘하는 인기가수가 무려 소아성애적인 관점이 문제가 된 중차대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아이유에게는 신속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으로 자신을 오해(?)한 사람들의 의문을 풀어줄 의무가 존재했다. 팬들과의 소통에 부지런하던 아이유는 어찌 된 일인지 묵묵부답으로 사건을 더욱 키웠고, 뒤늦은 사과는 예상대로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아이유는 본인이 아낀다고 말한 노래 '제제'에서 학대당한 다섯 살 아이 제제의 유일한 친구인 나무 밍기뉴의 시선으로 노래했는데, 제제를 성적인 대상으로 그려냈다는 지적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출판사 동녘은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유의 이번 새 앨범 수록곡인 ‘제제’에 대한 유감을 표했다. 출판사 측은 아이유의 인터뷰와 가사와 재킷 이미지를 문제 삼았다.
동녘 측은 “제제는 학대로 인해 아픔을 가진 5살 소년이고, 밍기뉴는 제제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해주는 유일한 친구”라며 “교활하고 더럽다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앨범 재킷 속 제제의 다리에 망사 스타킹이 씌워진 것에 “제제에게 망사 스타킹을 신기고, 저 자세는…”이라고 말을 줄이며 다섯 살 아이를 성적으로 그려낸 아이유의 앨범에 강력한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스물셋' 뮤직비디오 속의 소아성애적 코드까지 모두 도마 위에 오르며 대중을 크게 실망시킨 아이유는 6일 오후 늦게나 돼서야 입을 열었다.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어 스스로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아이유는 이미 불통의 아이콘으로 등극했던 바다.
아이유는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는 나에게도 정말 소중한 소설이다. 나는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다.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을 차용한 제3의 인물이다. 하지만 내 음악을 들으신 많은 분들의 말씀을 듣고 내 가사가 충분히 불쾌한 내용으로 들릴 수 있다는 것과, 그 결과 많은 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혀드리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전적으로 제가 작사가로서 미숙했던 탓"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 인터뷰에서 내가 한 말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께서 놀라신 것으로 안다. 나는 그 인터뷰에서 '어린 제제에게 하는 말이 아니라, 제제가 가진 성질이 섹시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다섯 살 어린이가 아닌 양면성이라는 성질에 대해 이야기했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이 역시 어린이가 언급된 문장에서 굳이 '섹시하다'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오해를 야기한 내 불찰"이라고 덧붙였다.
예술이 도덕 위에 군림할 수는 없다는 의견과 예술이 도덕적 선과 무관하다는 의견의 대립은 평행선이다. 하지만 이번에 아이유가 선보인, 그는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가 심어놓은 메타포에서 연상한 소아성애 콘셉트는 엄밀한 범죄로 대중들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았고, 그의 재능을 사랑하던 많은 이들에게 크나큰 배신감을 안겼다. 또 논란에 입을 닫은 아이유의 모습에 실망한 대중들은 아이유의 사과문에서 진정성을 발견하지 못해 또 한 번 크게 실망하고 있다. /jykw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