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의 끝은 결국 폐지인가. MBC 예능프로그램 ‘세바퀴’가 7년 장수 예능이라는 역사를 뒤로 한 채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인기가 없을 때까지 방송한 후 결국 쫓기듯 종영하는 여타의 장수 예능과 같은 길을 걸었다.
‘세바퀴’는 지난 6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이 프로그램을 6년여간 이끌었던 김구라가 마지막 인사를 전하며 마무리 됐다. 다른 MC였던 신동엽, 온주완, 서예지의 마지막 인사는 들을 수 없었다.
2008년 5월 첫 방송을 한 이 프로그램은 ‘일밤’을 떠나, 독립된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오후 11시대를 지켰다. 2009년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토요일 안방극장을 책임지다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자리를 내준 후 금요일 오후 10시대로 이동했다. 허나 SBS ‘정글의 법칙’과 tvN ‘삼시세끼’ 시리즈에 밀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세바퀴’가 힘이 빠진 것은 2012년께부터였다. 다수의 출연자, 특히 아줌마 연예인들의 거침 없는 이야기로 재미를 안겼던 이 프로그램은 2010년 시청률 30%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렸다. 당시 ‘무한도전’과 ‘일밤’ 등 주말 간판 예능프로그램보다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휘재, 박미선, 김구라가 진행을 맡은 가운데, 선우용녀, 이경실, 김지선, 조혜련, 임예진 등 아줌마 스타들의 독한 입담은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공감을 선사했다. 특히 다수의 출연자들을 내세워 풍성한 이야기로 흥미를 자극하는 ‘떼토크쇼’ 구성은 이후 다수의 토크쇼들이 차용하는 구성이 됐다.
어느 프로그램이나 그러하듯 시청률이 떨어지고, 더 이상 ‘떼토크쇼’의 재미가 높지 않게 되자 제작진은 상징과 같았던 퀴즈를 포기하고 아줌마 스타들 대신에 젊은 출연자들을 고정 출연자로 앉혔다. 좀 더 젊은 감각을 높여서 프로그램의 화제성을 키우려는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몇 차례의 구성 변화와 출연자 물갈이는 ‘세바퀴’의 재도약을 이끌지 못했다.
결국 지난 해 10월 6년간 ‘세바퀴’를 이끌었던 이휘재와 박미선이 하차했고, 신동엽이 새로운 진행자로 가세해 김구라와 호흡을 맞췄다. 시간차를 두고 배우 이유리와 방송인 서장훈 등이 MC로 합류했지만, 결국 하차했다. 지난 8월에는 신동엽, 김구라, 온주완, 서예지라는 4명의 MC 체제로 바뀌었다. MBC는 장수 예능인 ‘세바퀴’가 인기 하락세를 띠기 시작한 이후 지난 3년간 끊임 없이 변화를 시도하며 프로그램 생명력을 연장하고자 했다. 예능프로그램이 일명 박수를 칠 때 떠날 수 없다는 것은 기존 장수 예능프로그램들이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방송사로서는 잘 나가는 프로그램의 미래와 재도약을 위해 과감한 휴지기를 가지기란 쉽지 않다. 지상파에 비해 편성이 자유롭고, 방송할 프로그램이 없어도 재방송으로 때울 수 있는 케이블 예능은 시즌제가 가능하지만 안정적인 프로그램을 끊임 없이 이어가야 하는 지상파로서는 개편을 위한 휴방이 필요한 시즌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잊을 만 하면 폐지설에 시달리고, 살아남기 위해 급하게 개편을 이어가던 ‘세바퀴’가 결국 씁쓸한 종영을 한 것은 ‘세바퀴’만의 탓으로 돌릴 수 없다. MBC의 대표적인 장수 예능이자 국민 MC 유재석이 진행을 맡았던 '놀러와' 역시 뒷모습은 쓸쓸했다. 그래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세바퀴'가 7년간 시청자들에게 안긴 재미와 감동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말이다. 한편 ‘세바퀴’ 후속 프로그램은 ‘능력자들’이며, 오는 13일 첫 방송된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