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속편 징크스에 기분좋게 '응답하다' [첫방①]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1.07 06: 53

"시청률이라는 수치로 따졌을 때 '응팔'이 '응사'보다 잘 될 리 없다. '응답'은 원래 망할 때까지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세 번째가 잘 될 리가 있나? 우리도 안다.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경험상으로 망할 확률이 높다."
'응팔'의 연출을 맡은 신원호 PD가 지난 5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응답하라' 세 번째 시리즈의 성패 여부를 놓고 부정적인 예상을 내놓았다.
물론 그의 말대로 속편의 흥행은 본편의 절반에도 못 미칠 수 있다는 말이 맞다. 영화도 그렇고, 드라마 역시 가장 처음으로 나와 성공을 거둔 본편의 인기를 깨기 어렵다. 제작진이 아무리 노력해도 대중이 속편에 대해 드높은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쉽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응답하라'는 달랐다. 지난 2012년 방송된 첫번째 시리즈 '응답하라 1997'이 성공하고 일년 뒤에 나온 '응답하라 1994'는 한층 더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2년 만에 방송을 시작한 '응답하라 1988'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미 첫방송 이후 인기가 입증됐다.
방송 후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상위권에 랭크돼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고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속편이 흥행하기 어렵다는 속설을 깨고, 예외없는 법칙은 없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번째에도 '응답하라' 시리즈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앞으로 시청률이 얼마나 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응답하라 1997'과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배우 성동일 이일화 김성균이 다시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내며 명품 드라마의 힘을 과시했다.
서울 쌍문동의 한 골목을 배경으로, 정겨운 이웃들의 삶이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앞집,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2015년의 현실과 대비돼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자극했다. 그때는 가진 것 없이 고달픈 삶이었지만 정겨운 이웃들과의 나눔, 사랑, 웃음이 있어 행복했다.
애정은 넘치고 또 넘쳤다. 선물을 주면 더 큰 것이 돌아올 정도였다. 성덕선(혜리 분) 선우(고경표 분) 정환(류준열 분)의 엄마들이 서로 따뜻한 밥을 나눠먹었고 고마운 마음에 고기, 김치, 카레, 귤을 보냈다. 이는 1980~90년대 먹을거리가 생기면 무조건 나누어 먹었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 미소짓게 했다.
또 중심축인 가족의 이야기가 돋보였는데 덕선이 엄마 아빠에게 불만을 드러내다가 아빠 동일(성동일 분)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 장면이나, 라미란(라미란 분)이 아들 정환에게 "모든 얘기를 다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 것, 아버지를 여읜 선우가 실직적인 가장으로서 어린 동생과 어머니를 챙기는 모습은 이 세상에 나의 편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가족애를 일깨웠다.
'응팔' 인기 돌풍의 원동력은 드라마를 통해 감동을 주겠다는 이들이 한 배를 타고 온 힘을 다해 노를 저었기 때문일터. 시즌을 거듭할수록 성동일과 이일화의 부부 연기가 찰떡궁합을 과시하는가 하면 라미란과 김성균의 코믹 연기도 웃음을 배가했다. 이들은 마치 20년 이상을 함께 산 실제 부부처럼 서로의 눈빛만 바라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겠다는 호흡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젊은 피' 혜리, 고경표, 박보검, 이동휘,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최성원도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하며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제작진이 배우 캐스팅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응팔'에는 PD-작가-배우-스태프의 열정과 땀이 녹아있다. 물론 더 좋은 장면을 위해 부딪히기도 하고 목소리를 높일테지만 그럴 때마다 오로지 시청자들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모아 전편을 뛰어넘으려는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노력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응팔'이 속편 징크스를 깬 것은 당연하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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