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연기 인생 22년. 이쯤 되면 숨 쉬는 것만큼 연기를 하는 것이 익숙할 것만도 같은데 황석정은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촬영 전에는 어김없는 긴장과 초조함이 찾아왔고, 황석정은 끊임없이 대사를 중얼거리고 연기연습을 하며 다가올 촬영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그녀는 예뻤다’ 촬영에 임하는 황석정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근 ‘그녀는 예뻤다’에서 화려한 패션잡지 편집장 김라라 역할을 맡아 활약하고 있는 황석정. 재벌가의 철없는 막내딸로 분한 그는 등장하는 장면마다 맞춤옷을 입은 듯 완벽하게 역할을 소화해 왔다. 하지만 이런 캐릭터를 만들어내기까지 황석정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하는 시간들이 있었다. 지금까지 간첩이나 깡패, 형사, 사채업자 등 주로 순진하거나 소탈한 역할을 해왔던 그는 김라라를 연기하며 스스로에 대한 편견이 사라진 것 같다고 전했다.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한 결과는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잠재력의 발견이었다. 황석정은 “이 역을 함으로 해서 할 수 있는 역이 많아진 것 같다. 내 안에 이런 부분이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돼서 신기하고 재미있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밤샘촬영은 이틀 째 계속됐다. 아침 6시까지 계속 된 촬영에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난 황석정은 고생하는 동료들을 위한 도시락을 준비했다. 꼭 한 번 김밥을 싸가지고 가겠다고 했지만 바쁜 스케줄 탓에 좀처럼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것이 줄곧 마음에 걸려왔던 그는 잠을 포기한 채 김밥을 싸기 시작했다. 양손 가득 사랑의 도시락을 들고 나타난 그의 모습에 동료들은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듯 기뻐했고, 잘 먹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동료에게 황석정은 오히려 그렇게 얘기해줘서 고맙다며 진한 동료애를 드러냈다.
황석정은 이렇게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살뜰하게 챙기며 연기자라는 자신의 직업에 충실히 임하고 있었다. 또한 연기를 함에 있어서 노력과 인내, 그리고 고통이 따르지만 그만큼 연기를 통해 기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배우라는 화려한 직업 뒤에 숨겨진 힘든 시간들 속에서도 황석정은 끈기를 가지고 버텨왔고, 결국 그 시간들은 대중의 사랑과 인정으로 되돌아왔다. 인고의 시간을 묵묵히 견디며 여전히 연기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 나가는 배우 황석정. 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다.
한편 ‘나 혼자 산다’는 독신 남녀와 1인 가정이 늘어나는 세태를 반영해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관찰 카메라 형태로 담은 다큐멘터리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 11시 15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