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강동원의 출세작은 영화 '늑대의 유혹'(김태균 감독)이었다. 10대 소녀들의 사랑을 받았던 인터넷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에서 강동원은 순정파 킹카 정태성 역을 맡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극 중 강동원이 이청아의 우산을 들어주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긴 장면으로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가 되는 강동원의 '인생 장면'(?)이다.
이처럼 로맨스 영화로 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강동원이지만, 따지고 보면 대놓고 멜로나 로맨스를 택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오히려 오늘날의 '배우' 강동원을 만들어 준 작품들은 남자 배우들과 '브로맨스'를 만들었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강동원과 파트너가 서로를 빛내며 사랑 받았던 '브로맨스' 영화들을 정리해봤다.
◆'검은 사제들'(2015) with 김윤석
'검은 사제들'은 악마에 사로잡힌 한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김윤석은 모두의 반대와 의심 속에서도 뺑소니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한 소녀(박소담 분)를 구하기 위한 자신만의 계획을 준비하는 김신부 역을 맡았다. 강동원은 이 김신부를 돕는 문제아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그는 김신부를 돕는 동시에 감시하라는 미션을 받고 그에 임한다. 김신부는 돌출 행동이 잦은 신학계의 이단아고, 최부제는 젊고 혈기왕성한 문제아다. 김윤석과 강동원은 영화 '전우치' 이후 6년만에 다시 만났는데, 영화 속에서 두 사람은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부족함이 없는 호흡을 만들었다.
◆'전우치'(2009) with 유해진
'전우치'에서 전우치 강동원과 초랭이 유해진을 '브로맨스'로 분류해도 될 지 모르겠다. 극 중 초랭이는 사실 암캐가 둔갑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 중 배역의 성별을 떠나 강동원과 유해진은 유쾌한 콤비-플레이로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 강동원의 전우치가 거만한 악동 캐릭터였다면, 초랭이는 유해진 특유의 촐싹맞고, 익살스러운 캐릭터가 살아있어 웃음을 줬다. 당시 여자 주인공은 임수정이었지만, 강동원과 유해진의 '브로맨스'가 없었다면 '아바타'라는 강적을 만난 '전우치'가 60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을 하는 것은 어려웠을 것이다.
◆'의형제'(2010) with 송강호
남북분단의 문제를 일상으로 가져와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영화 '의형제'는 송강호와 강동원의 열연이 돋보인 작품이었다. '의형제'는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의문의 총격전에서 처음 만난 국정원 요원과 남파공작원이 6년 후 서로의 신분을 속이고 각자의 목적을 위해 함께 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강동원은 남파공작원 지원 역을, 송강호는 국정원 요원 한규 역을 맡았는데, 당시 두 사람이 보여준 로맨스 같은 '브로맨스'가 호평을 받았었다. 뿐만 아니라 강동원은 이 영화를 통해 스타가 아닌 연기파 배우로서 대중의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두 배우의 활약 덕분인지, 이 작품은 50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도 성공했다.
◆'초능력자'(2010) with 고수
두 조각 미남이 만났다. 영화 '초능력자'는 이 사실만으로도 여성 관객들을 기대하게 할만한 작품이었다. 게다가 강동원의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아닌가. 덕분에 '초능력자'는 영화의 홍보 기간, 강동원이 부재했음에도 불구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선방했다. 사람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초인과 그의 능력이 유일하게 통하지 않는 남자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에서 강동원은 초인 역을, 고수는 그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남자 임규남으로 열연했다. 강동원의 초인은 신비로운 눈빛을 가진 비범한 인물로 악역 캐릭터였는데, 고수는 그런 강동원에 맞서는 모습으로 두 조각 미남 간의 치열한 '케미스트리'가 완성됐다.
◆'군도: 민란의 시대'(2014) with 하정우
김지운 감독의 단편 영화 '더 엑스'를 제외하고, '군도: 민란의 시대'는 제대한 강동원의 첫번째 복귀작이었다. 이 영화에서도 그는 악역을 맡았는데, 양민을 수탈하는 대부호 조윤 캐릭터가 그것이다. 재밌는 것은 조윤이라는 인물이 하정우를 비롯한 주인공들을 괴롭히는 악역이었음에도 불구, 많은 여성 관객들이 그에게 열광을 보냈다는 점. 여전한 강동원의 스타성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군도: 민란의 시대'는 하정우 뿐 아니라 이성민, 조진웅, 마동석, 이경영 등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총집결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강동원은 잘생긴 외모 뿐 아니라 빼어난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냈고, 호평을 받았다. /eujenej@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전우치'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