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힙합 장르는 마니아들만의 것이 아니다. 대중적인 인기로 신드롬까지 낳고 있는 가운데 인기 요소로 '디스전'이 꼽히곤 한다. 래퍼들에게 격렬한 '디스'는 감정 소모라기보다는 랩과 가사를 좀 더 쫄깃하게 만드는 장치다.
최근 '디스' 랩 가사로 '핫'한 인물이 있다. '힙합 어벤저스' 군단을 이끌고 새 앨범을 발표한 박재범이 주인공이다. 지난 5일 박재범의 신곡이 발표되자 누리꾼들은 수록곡 '병신'의 가사에 집중했다.
'내 예전 쌤이 우리 same same될까봐 지금 샘내고 있지', '넌 팬 장사하는 방송인 날 막아도 계속 직진해 워', 'XX 가요제 섭외될 뻔했는데 YEAH 꼰대 아저씨가 계속 나잇값 못해 유치해 유치해', '내가 하는 것은 음악 니가 하는 것은 정치'
이를 들은 일부 누리꾼들은 '예전 쌤', '팬 장사하는 방송인', '꼰대 아저씨' 등이 가수 박진영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박재범이 2PM으로 데뷔했고 그 수장이 JYP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이었기 때문.
이와 관련해 박재범의 소속사 AOMG 관계자는 그날 OSEN에 "박재범 본인이 쓴 곡이라 회사 차원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 (내용의 진위에 대해)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JYP엔터테인먼트 측 역시 이에 대해 "의견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런 가운데 박재범이 스스로 '디스'에 대한 속내를 털어놨다. 비록 박진영과 '병신' 가사에 관한 직접적인 설명은 아니었지만 에둘러 소신을 밝힌 셈.
박재범은 6일 방송된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와 "요즘 갑자기 힙합이 인기가 있어진 이유가 뭔가"라는 질문에 "대중들에게는 신선한 장르라서 그런 것 같다. 가사나 형식에서 선이 없고 자유로우니까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희열은 "그러면 힙합이 대중적이 돼서 좀 아쉬운 점은 없냐"고 물었고, 박재범은 "좀 뻔해지는 게 있다. 아이돌이 나와 힙합을 하고 자신의 회사를 욕하고 하는 게 신선했는데, 이제 모두가 그렇게 하고 있다. 그리고 검색어 1위 하려고 '디스'를 하기도 한다"고 답했다.
거꾸로 보면 박재범은 단순히 검색어 1위를 위해 '디스'하지 않을 터. 다만 아이돌이 자신의 회사를 욕하는 게 신선하다고 느꼈던 만큼 '병신'의 가사 해석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담고 있을 수 있다.
박재범이 '병신' 가사로 화제를 모았을지언정 이게 노림수였다고 단정지을 순 없다. 타이틀곡도 아닐 뿐더러 다른 수록곡들의 퀄리티가 높아 음악 팬들 사이 '힙합 명반'으로 꼽히고 있는 이유에서다.
아이돌 출신에서 힙합 뮤지션으로 거듭나고 있는 박재범이다. '디스'는 거들 뿐이다. /comet56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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