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파이널에서 우승 안 해도 되고요..”
타령은 없었다. 걸그룹 씨스타 효린은 국내 손꼽히는 여성 보컬리스트 중 하나. 회를 거듭할수록 보컬 못지않은 랩실력까지 입증해내며 그간의 설움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그에게 쏠렸던 불편한 시선, ‘타령을 하는 거 같다’는 조롱 등을 점차 거둬내더니 이제는 당당하게 ‘랩스타’의 자리까지 올라선 모양새다.
감격적이었을 테다. 효린은 ‘언프리티 랩스타2’ 파이널 무대 진출을 확정짓고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씨스타가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도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그이기에 이 같은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그냥 파이널에서 우승 안 해도 된다”며 눈물을 떨궜다. 감격과 만족, 안도 등의 복합적인 감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캐스팅 확정 소식이 들려왔을 당시부터 효린은 맘고생을 했다. ‘래퍼들의 서바이벌에 왜 보컬이 참여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고, 그가 부진할 때마다 부정여론은 기다렸다는 듯 들끓어 오른 바. 특히 첫 방송 첫 단체 미션에서 자신의 파트를 제대로 외우지 못해 미션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겪으며 시작부터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이후에는 ‘랩이 아니라 타령을 하는 거 같다’는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효린은 꺾임이 없었다. 위기가 찾아 올 때마다 “내가 더 잘하는 것 밖에 방법이 없다”며 각오를 다시 다졌다. 그렇게 자신을 향한 비난과 조롱을 자근자근 밟고 올라서더니 결국 ‘랩스타’로 성장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특유의 듣기 좋은 음색, 박자감과 플로우가 살아나면서 매회 미션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유빈과의 디스랩 배틀에서 당당히 승기를 잡기도 하고, 경쟁래퍼들을 모두 제치고 박재범이 프로듀싱하는 5번째 트랙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지난 6일 방송이 결정적. 이날 효린은 세미 파이널무대에서 래퍼 베이식과 한 무대에 올라 찬열의 손을 잡은 래퍼 헤이즈를 누르고 결승전에 진출했다.
이날 무대에서는 효린의 강점이 확실하게 살아났다. 베이식과 함께 꾸민 ‘마이 러브(My Love)’ 무대를 통해 사랑에 다친 여성의 심정을 애잔하게 풀어냈다. 속을 후벼 파는 듯한 애잔한 보컬과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와 랩이 조화를 이루며 관객들을 빨아들였다. 일각에서는 ‘랩보다 노래가 더 많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보컬로서의 매력도 효린이 가진 강력한 무기 중 하나. 게다가 랩파트도 부족함 없이 완벽에 가깝게 소화해냈기에 좋은 평들이 줄을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컬 효린의 랩 서바이벌은 확실히 도전이었고, 또 모험이었다. 최고의 여성 보컬리스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그에게 이 프로그램 출연은 득보다는 실이 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효린은 전장에 뛰어들었고, 또렷한 성장과 성과를 보여주며 또 다른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쯤 되면 효린의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은 성공적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joonaman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