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하고, 부단한 노력이 있더라도 운이 따라줘야 '진짜 스타'로 성장할 수 있다. 그래서 연예계에서 소위 '빵 뜨는 일'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이 인기만을 누리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고, 당연히 그럴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배우 고경표가 걸어온 그간의 행보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외모와 연기력이라는 충분한 필요조건을 갖추었지만 아직까지 빛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좀 떠야(?) 할 시간이 아닐까.
훈훈한 외모와 작품을 거듭할수록 향상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고경표가 약간은 더딘 성장을 하고 있는데, '응팔'을 기점으로 주가가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경표는 '응팔'에서 쌍문고 전교 회장이자, 쌍문동 골목에 사는 엄마들의 워너비 아들 선우 역할을 맡아 젠틀맨다운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거친 역할을 주로 해왔다면 이번에는 색다른 캐릭터에 도전해 연기 변신을 시도한 것이다. 선우는 무뚝뚝한 정환(류준열 분)에게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다정하고 살가운 성격의 소유자. 그래서 정환의 엄마 라미란(라미란 분)이 특히나 부러워한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이하 응팔)에서 선우는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어머니를 모시고, 어린 동생 진주를 잘 보살피는 듬직한 장남의 면모를 보였다. 엄마에게 실망감을 안기지 않기 위해 공부도 열심히하고, 달콤한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는 의젓한 모범생으로서 어머니들에게 '갖고 싶은 아들'로 떠오른 것이다.
고경표는 그동안 한 가지 역할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다. 2010년 KBS 드라마 '정글피쉬2'로 데뷔한 그는 5년동안 20여 편이 넘는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하며 꾸준히, 묵묵하게 활동해오고 있다. 흔히들 말로는 연기 변신이라고는 하지만, 배우 본인이 배역으로 녹아들어가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영화 '차이나타운' '무서운 이야기2' 등에서 강도 높고 '센캐'(센 캐릭터)만을 파고들었던 그였다.
또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에서는 천방지축 유일락으로 분해 눈에 띄는 걸 좋아하고 스타 기질이 다분한 능청스러운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률면에서 부진했지만 연기적으로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가장 정상적이고(?) 자신의 이미지에 걸맞는 훈남 고등학생에 도전해 여심 공략에 나섰다. 현재 '응팔'에서는 덕선(혜리 분)의 남편감으로 정환, 택(박보검 분), 동룡(이동휘 분) 등 4명의 후보가 있는데 이 가운데 선우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물론 누가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앞선 '응칠' '응사'와 마찬가지로 덕선의 남편을 추리하는 과정이 쏠쏠한 재미를 안길 듯 싶다.
고경표가 이제는 뜰 수 있을까. 그에게 '응팔'이 인생작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purplish@osen.co.kr
[사진] '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