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애설에도 끄떡없던 아이유였다. 음원은 보란 듯이 잘 나갔고 팬덤의 동요 역시 없었다. 이는 전부 아이유가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의 이미지를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얻고 싶었던 아티스트의 이미지에는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급하게 들이킨 아티스트라는 물에 아이유는 결국 체하고 말았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유였지만, 성인에겐 자유와 함께 책임이 따른다는 걸 간과한 모양이다. 이미 대중은 돌아섰다.
아이유는 현재 자신이 총괄 프로듀싱을 맡은 새 앨범 ‘챗셔(chat-shire)’에 대해 여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수록곡 ‘제제’는 5살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는 의혹, 보너스트랙 ‘23’의 표절 의혹에 더해 데뷔부터 지금까지 ‘롤리타’ 콘셉트를 유지해왔다는 의혹 등이다.
특히 ‘제제’에 대한 해석이 뜨거운 감자가 된 건 ‘제제’의 모티브가 됐던 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출판사 동녘이 지난 5일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아이유의 이번 새 앨범 수록곡인 ‘제제’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다. 완곡한 표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유 팬들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며 들고 나섰다. 여기에 대중문화 평론가들까지 가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해 설전을 벌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아이유는 하루가 지난 6일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대중의 마음을 되돌리는데 실패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대중이 결정적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아이유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사과문 내용 때문이었다. 24시간동안 고민해서 발표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사실상 변명에 가까운 문장들로 이뤄져 있었다. 자신의 의도는 아니었으나 그렇게 해석될 여지를 만들어서 미안하다는 내용. 이 역시 아이유의 의도는 아니었을지 모르겠지만 의혹을 제기한 대중을 가해자로, 자신을 피해자로 만드는 해석의 여지를 열어두었다. 실제로 대중은 이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사과문을 발표한 이후 진행된 공개 팬사인회에서 아이유는 보란 듯이 앨범 재킷을 뒤에 걸어놓고 웃음을 지었다. 이런 아이유에게 대중은 “죄송하다”는 사과문에 대한 진정성을 찾을 수 있었을까. 오히려 다시 한 번 자신의 해석은 문제가 없었다는 걸 강조하는 모양새였다. 이처럼 지금까지 진행된 사태에서 아이유가 가장 실수한 것은 의혹을 제기하는 대중을 되레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가해자로 돌린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대중이 갖고 있는 비판의 자유도 중요하다는 걸 놓쳤다.
비단 아이유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은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걸 마음껏 말하고, 그리고, 쓰고, 널리 퍼트릴 수 있다. 다만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표현엔 늘 책임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악성댓글, 루머, 음란물, 과대광고 등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자유는 주장하되, 책임의 행동을 보여주고 있지 않는 아이유에게 대중의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besoda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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