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꽃님] 첫 정극 도전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갑에게 저항하는 힘없는 을로 분한 그가 흘린 뜨거운 눈물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분을 차오르게 했다. 바로 아이돌이라는 딱지를 떼고 이제는 연기자라는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예성의 이야기다.
그는 ‘송곳’에서 푸르미마트의 수산파트 주임 황준철 역을 맡았다. 황준철은 푸르미에서 일을 배운 후 죽마고우 주강민(현우 분)과 함께 청과물 사업을 하는 것이 꿈인 평범한 청년. 하지만 오랜 시간 같이 일하며 신뢰를 쌓아 온 허과장(조재룡 분)에게 모함을 당해 협력업체 접대 사실에 대한 누명을 쓰고 징계위원회에 불려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예성은 징계위원회의 고압적인 분위기에 독 안에 든 쥐처럼 위축된 모습과 믿었던 사람의 배신에서 오는 혼란스러움, 억울한 상황에 놓인 설움,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조작된 사실이란 걸 알게 된 후의 분노 등 한 인물이 겪는 다양한 감정들을 안정적으로 소화했다.
지난 7일 방송된 JTBC 주말드라마 '송곳'(극본 이남규, 김수진 연출 김석윤)에서 황준철은 신선식품부에 활어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로부터 30만 원 상당의 향응과 금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뒤집어쓰고 징계위원회에 불려갔다. 이는 모두 허과장이 한 일에 대한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었고, 허과장은 협력업체의 사장과 프로모터들에게 거짓진술을 받아 내 황준철을 몰아갔다. 또한 그의 결백의 주장해 줄 진술서마저 별다른 효력을 갖지 못한 채 징계심의는 마무리되려 하고 있었다. 이에 황준철은 눈물을 흘리며 “제발 한 번만 진술서 써 준 사람 저 좀 만나게 해 주세요”라고 애원했고, 자신을 위하는 척 하는 허과장을 향해 “너도 거기 있었잖아. 네가 괜찮다고 했잖아”라며 분노를 표출했다.
이렇게 두 사람이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이는 사이, 이수인(지현우 분)이 황준철의 누명을 벗겨 줄 증인을 데리고 나타났다. 그는 바로 술자리에 동석했던 노래방 도우미였다. 도우미는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며 허과장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 하지만 정민철(김희원 분)은 도우미라는 직업을 들먹이며 증언을 인정하지 않았고, 결국 황준철에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대로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채 징계심의가 끝나자 황준철은 참담한 표정으로 모든 의욕을 상실한 듯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런 그에게 허과장이 다가가 몸을 일으켰고, 충격에 비틀거리는 황준철을 부축하려다 허과장의 주머니에서 핸드폰이 떨어졌다. 그 순간 황준철은 핸드폰에 달려 있는 고리를 발견하고 무언가를 떠올렸다. 그건 앞서 자신에게 누명을 씌운 진술서를 쓴 이 중 하나인 변진혁이란 사람의 이름이었다. 협력업체와의 술자리가 있었던 당시 그는 필리핀으로 휴가를 떠나있었고, 핸드폰 고리 역시 그가 선물해 준 것이었다. 한국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거짓 진술을 받아냈단 사실을 밝혀낸 황준철은 징계위원회에게 당시 변진혁이 여행을 떠나며 보냈던 문자를 증거로 들이밀었고, 결국 그의 징계는 철회됐다.
이렇게 예성은 첫 연기 도전임에도 자연스럽고 인상적인 연기로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뿐만 아니라 황준철의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흡인력마저 가지고 있었다. ‘송곳’을 통해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당당하게 인정받은 예성이 앞으로 펼치게 될 연기 활동에 관심이 모아지는 바다.
한편 '송곳'은 갑작스럽게 부당해고에 직면한 푸르미마트 직원들이 대한민국 사회 불의와 부조리에 맞서기 위해 똘똘 뭉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40분에 방송된다. / nim0821@osen.co.kr
[사진] ‘송곳’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