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스산한 늦가을, 오싹한 스릴러 '검은 사제들'이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될법한 대작들은 다 피해간다는 비수기 11월 초에 막을 올린 이 영화는 개봉 3일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괴력을 과시하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7일 하루 동안 58만 1864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렸다. 누적관객수는 벌써 105만명을 넘어섰고 매출액 점유율은 61%에 달했다. 극장가 비수기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11월 첫 째 주 기록으로는 사상 유례를 찾기힘든 스코어다. 일시적 현상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예매율도 동반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다른 영화들을 압도하고 있다.
'강동원 신드롬'이 폭발한 이 영화는 평단과 대중의 호평,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그가 끌고 최고의 연기파 배우 김윤석이 밀어주니 거칠 게 없다.
김윤석은 이렇게 말한 바 있다. "(나는)특히 젊은 남자배우들을 잘 받쳐준다. 백전백승이다. 영화는 망해도 상은 받게 해준다. 심지어 나를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고. '검은 사제들' 속 미드필더 같은 역할이 좋았다는 OSEN 기자의 인터뷰 언급에 즉석에서 너스레를 떨며 던진 우스갯 소리다. 하지만 농담 속에 진리 있고 뼈가 있다.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뒤 뒤늦게 영화배우로 나선 김윤석은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연기파다. 타고난 배우가 탄탄한 기본기,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함과 스타인냥 재지않는 겸손까지 갖췄으니 그를 만나 배울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김윤석의 가치를 알고 알맹이를 쏙쏙 빼먹은 '젊은 배우'들은 그와 작품을 찍고서 쑥쑥 컸다.
'전우치' 강동원이 그랬고(2009년) '추격자' 하정우(2010)가 뒤를 이었다. '베테랑' '사도'로 2015년 극장가를 뒤흔들더니 바로 TV로 건너가 '육룡이 나르샤'로 날고 있는 대세 유아인도 마찬가지. 2011년 극중에서 촬영중에서 선생님으로 김윤석을 만난 '완득이' 이후 승승장구다. 김수현도 '별그대'로 뜨기 전에 찍은 '도둑들'에서 김윤석과 공연했고 여진구는 화이(2013), 박유천은 '해무'(2014)를 통해 한 수 가르침을 받았다.
그런 김윤석이 강동원을 다시 만나 '검은 사제들'에서 호흡을 맞췄다. 역시나 관객은 반응하고 폭발했다. 강동원도 이제는 전성기를 누리며 일가를 이룬 배우. 완숙기에 접어든 김윤석과의 합이 이번 영화에서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했고 11월 박스오피스에 새로운 금자탑을 세우는 중이다.
'검은 사제들'은 지금껏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와 장르, 캐릭터로 예비 관객들의 기대를 받고 있다. '전우치' 콤비 배우 김윤석과 강동원이 영화삽집 이유진 대표와 6년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도 영화의 완성도에 높은 점수를 매기는 배경이다.
위험에 직면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미스터리한 사건에 맞서는 두 사제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장재현 감독은 “패스트푸드점 창가 너머, 어두운 곳에 신부님 한 분이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순간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검은 사제들'은 그 때 그 신부님의 모습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작품 구상의 계기를 설명했다. 검은 사제복을 입은 김윤석-강동원의 모습과 어우러지며 뭔가 등줄기 오싹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
여기서 김윤석은 교단으로부터 꼴통, 깡패 등으로 불리며 비밀스러운 문제적 인물로 낙인 찍힌 김신부를 연기한다. '타짜' 아귀를 시작으로 악역이건 선한 인물이건 틀에 박힌 일상을 거부했던 문제적 캐릭터 김윤석에게 딱 맞는 역할이다. 에로스적 악동 이미지의 강동원은 컨닝, 월담, 음주 등 상습적으로 교칙을 어기는 신학생 최부제 역을 맡았다. 딱, 강동원이다.
장 감독은 “김신부가 중년의 노련한 호랑이라면, 최부제는 ‘심바’와 같은 이제 막 어른이 되어가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위험에 빠진 소녀를 구하는 위험천만한 예식을 함께하며 점차 변모해 가는 김윤석과 강동원, 사제지간이며 선후배고 형제같기도 한 이 두 배우의 열연을 지켜보는 게 '검은 사제들'의 또 다른 관람 포인트다. /mcgwire@osen.co.kr
[엔터테인먼트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