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톡] '응팔', 연기구멍? 아따 그것이 뭐다요?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5.11.08 11: 21

벌써 3번째 시리즈로 돌아온 '응답하라'는 언제나처럼, 그 흔한 '연기구멍' 하나 찾기가 힘들었다. 방송 전부터 지나친 우려로 갖은 고초를 겪었던 혜리는 물론이거니와, 믿고 보는 성동일·이일화를 비롯해 주조연 배우 모두가 실제 1988년 쌍문동에 살았던 사람처럼 리얼한 연기를 펼쳐내 극의 몰입을 도왔다.
지난 6일 방송된 첫 회 엔딩신에서 둘째딸의 울분을 폭발시킨 덕선(혜리 분)를 위로하며 눈물을 찡하게 했던 성동일(성동일 분)은 이번에는 모친상을 치르는 둘째 아들의 모습을 통해 모두를 펑펑 울게 만들었다. 웬만한 연기내공 없이는 힘든 이 장면은 성동일을 통해 생명력을 부여받았다. 더욱이 시리즈에서 계속된 전라도 사투리 연기는, 인천 광역시에서 태어난 그의 고향을 의심하게 만들 정도였다.
이는 혜리도 마찬가지다. 다소 오버스러운 듯한 혜리의 재기발랄함은 덕선 캐릭터를 고스란히 잘 표현한 것. "덕선을 만들 때 혜리를 참고했다"는 신원호 PD의 이야기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둘째의 설움은 물론, 첫사랑에 설레는 모습, 또한 서울대생 언니 성보라(류혜영 분)와 투닥이는 모습에서는 실제 자매를 방불케 만들었다.

류혜영은 또 어떤가. 댓글 중 상당수가 보라에 대한 짜증을 토로하는 것은 류혜영이 그만큼 제멋대로인 서울대생 첫째 성보라를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더욱이 2회에서 우는 동생들을 이끌고 할머니 장례식장에 가는 모습은 1회에서 드러나지 않는 의외의 면모도 내비쳤다.
충무로 차세대 신인 남자배우로 꼽혔던 고경표, 류준열, 박보검, 이동휘의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다. 고경표는 아빠 없이 자랐지만 성실한 쌍문고 학생회장 선우, 류준열은 까칠한 나쁜남자 스타일 정환, 박보검은 국보급 바둑기사이자 동네에서는 한없이 만만한 택을 완벽히 연기했다. 앞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도 웃음의 주축을 담당했던 이동휘는 이번엔 동룡 역으로 '응팔'의 재미를 전담했다.
이뿐이랴. 벼락부자가 된 김성균(김성균 분)-라미란(라미란 분) 부부, 정환의 6수형 김정봉(안재홍 분), 덕선의 남동생 성노을(최성원 분)까지, 누구하나 허투루 캐스팅된 이가 없는 분위기다.
신원호 PD는 캐스팅이 한창 진행되던 지난 5월께 OSEN에 "무명을 고집하거나, A급 스타를 고집하는 건 없다. '응칠'과 '응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2가지면 된다. 첫째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적합해야 하고, 둘째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잠재력이 있는 친구가 작품을 통해 폭발했을 때 함께 윈-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무려 6달전 이같은 신원호 PD의 명확한 발언은 '응답하라 1988'을 통해 확실하게 증명됐다. 드라마 속 인물들은 배우의 전작들을 잊게 할 정도로 모두 1988년 쌍문동 골목길의 누군가로 다시 태어났다. / gato@osen.co.kr
[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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