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아이유, 영리함이 오히려 독 됐다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5.11.08 12: 34

영리한 사과문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논란을 진정시키기는커녕 기름을 붓는 겪이 됐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유를 영리한 가수로 본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음악으로는 이미 수많은 찬사를 받을 정도로 성공했고, 연기자로도 안정적으로 경력을 쌓고 있다. 뭐든지 똑 부러지게 해내는 이미지와 언변까지 뛰어난 아이유다. 그는 단순히 가창자를 넘어 자신의 노래를 쓰고(특히 아이유의 가사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다), 히트곡으로 만드는 아티스트의 범주에 있다. 아이유의 스토리텔링에 대해서 쏟아지는 찬사도 상당하다.
아이유의 이런 똑 부러지는 면은 음악 이외에 자신의 남자친구를 밝힐 때도 적용됐다. 새 음반을 발표하기 2주 전, 그것도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열애 보도를 접한 아이유였지만, 2시간 만에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센스 있게 팬들에게 남자친구 장기하의 존재를 알렸다. 영리한 아이유의 기지가 발휘됐다.

아이유가 지난달 8일 장기하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하면서 팬카페 '유애나'에 올린 입장은 참 똑똑했다. '제가 첫눈에 반했습니다'라는 말로 남자친구를 보호(?)하고, '놀라게 해서 미안합니다, 미리 얘기하지 못한 것도 미안하고요. 더 조심했어야지! 라고 하신다면 또 그러지 못 한 것도 미안해요'라면서 팬들을 향한 마음도 여러 번 드러냈다. 열애를 인정하면서 남긴 아이유의 글은 참 똑 부러지고, 또 사랑스럽고, 센스도 있었다.
아이유는 원래 그랬다. 노래하고 연기하는 것만큼 글도 잘 썼다. 롱런 히트를 기록한 '금요일에 만나요'부터 봄 캐롤 '봄 사랑 벚꽃말고', 그리고 이번 미니4집을 꽉 채운 곡들까지. 수록곡 '제제(Zeze)'가 해석 논란에 휩싸이긴 했지만, 다른 곡들의 가사와 이전의 작업물들을 보면 아이유는 확실히 또래의 여가수들에 비해, 더 넓게 봐도 가요계에서 특별한 아티스트였다. 가사에 담아내는 깊이와 위트가 대중적으로도 사랑받는 아티스트.
하지만 이런 영리함, 똑 부러지는 아이유의 모습이 이번 논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지난 5일 출판사 동녘 측은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모티브로 삼은 곡 '제제'의 가사 해석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논란이 시작됐다. 동녘 측에서 '제제'에 대한 입장을 올리기 전,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문제가 제기됐고, 동녘의 입장 표명과 함께 논란이 순식간에 커졌다. 아이유 측은 이틀간 묵묵부답이었다. 물론 음악이든 소설이든 창작물에 대한 해석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자유로울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는 마땅히 입장을 밝혀야했다.
논란 후 6일 오후 고심 끝에 답을 내놓은 아이유는 "제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면서, 자신이 가사를 쓰게 된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에도 앞서 장기하와의 열애를 인정할 때처럼 똑 부러지는 입장이었다.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으며, 오해를 야기한 저의 불찰'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실은 아니지만 어째든 나의 잘못이라는 이야기였다.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지만, 막상 아이유의 입장을 접한 대중은 '시원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논란에 더욱 더 불을 지핀 모습이다.
아이유는 '제제'의 창작자로서 불거진 논란에 대한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고, 그럼에도 불편했다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도 했다. 예상치 못한 논란에 아이유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유의 '미안해하는' 마음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분명히 있어 보인다.
가장 큰 문제는 타이밍이었다.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은 논란이 생기면 즉각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이유는 앞서 무단 도용 의혹 때도 즉각적으로 대응하며 그나마 이미지를 유지하는가 싶었다. 반면 이번 '제제' 논란 때는 하루가 넘는 시간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또 다른 논란들까지 불거졌다. 더구나 사과와 입장 발표를 하고 바로 팬사인회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득이 되지는 않은 것 같다. 논란이 불거져 하루를 뜨겁게 달궜을 때는 정작 입을 꾹 닫고 있다가, 팬사인회 두 시간 전에 입장을 밝힌 아이유의 진심을 대중이 얼마나 느꼈을까.
더불어 아이유는 이번 입장 표명에 단지 앞서 밝혔던 무단 도용 의혹에 대한 입장과 '제제' 가사 해석 논란에 대해서만 언급했다는 점도 공분을 샀다. '제제'의 가사 논란과 함께 불거진 티저 표절 의혹 등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이 없었다. '제제'의 경우 창작물 해석에 대한 이야기지만, 아티스트로서 표절 의혹은 꽤 큰 타격을 받는 문제다. 시간을 끌 거였으면 '제제' 문제뿐만 아니라 표절 의혹 등에 대해서도 속 시원한 답이 필요했다. 프로듀서로서 좀 더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할 때였다.
논란에 논란이 겹치면서, 사과문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후에도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는 아이유 사태. 영리한 아티스트의 치명적인 실수가 더욱 아쉽다. /seon@osen.co.kr
[사진]로엔트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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