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 정은지(에이핑크), '응답하라 1994' 고아라, 그리고 이번 '응답하라 1988'은 혜리(걸스데이)가 여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신원호 PD의 독특한 여주인공 캐스팅은 이번에도 '신의 한 수'로 손꼽히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 6일과 7일 1~2회 방송을 끝마친 '응답하라 1988'(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이하 '응팔')에는 그 흔하다는 '연기 구멍'이 하나도 없었다. 극을 보는 사람들은 1988년 서울 쌍문동의 어딘가에 진짜 있을법한 골목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3개의 '응답' 시리즈 모두에 출연중인 성동일(성동일 분)-이일화(이일화 분)를 비롯해 김성균(김성균 분)-라미란(라미란 분) 부부, 선우(고경표),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동룡(이동휘), 그리고 성보라(류혜영), 김정봉(안재홍), 성노을(최성원)까지 모두가 인간미 넘치는 쌍문동 골목 누군가로 완벽하게 변했다.
물론 혜리도 마찬가지다. 다소 오버스러운 듯한 혜리의 재기발랄함은 성덕선 캐릭터를 고스란히 잘 표현한 것. 오열을 쏟아내는 둘째로서의 설움은 물론, 첫사랑에 설레는 모습, 서울대생 언니 보라와 머리채를 잡고 투닥이는 모습에서 이미 무대에서 섹시한 춤을 추던 걸스데이의 혜리는 없었다.
이는 첫방송 하루 전날 열렸던 '응팔' 기자간담회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 현장에 참석한 신원호 PD의 이야기를 되새겨본다면 그 이해가 더 쉬울지도 모르겠다.
신원호 PD는 "앞서 정은지는 필모 자체가 없었고, 고아라도 전작을 거의 보진 못한 상태로 캐스팅했다. 그냥 작품 속 캐릭터에 꼭 맞는 인물을 찾는데 오히려 주력했다. 우리는 실제 모습과 작품 속 캐릭터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생각이 가장 크다"며 혜리는 성덕선 역을 만들때 많이 참고했던 친구다. 예능프로그램 등을 통해 본 혜리의 모습이 지금의 덕선이었다"고 성덕선 캐릭터의 실제 자양분이 혜리 였음을 밝혔다.
이어 신 PD는 "그랬는데 중간에 너무 떠서 포기했다. 우리가 인지도에 연연해서 캐스팅하지않고, 우리의 캐스팅 방향과도 맞지 않을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다 캐스팅을 하면서 '한 번 보기나 하자'는 생각으로 만났다가, 이렇게 여주인공이 결국 됐다. 혜리를 직접 만나본 분들은 다 알겠지만 굉장히 사랑을 참 많이 받고 자랐다는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친구다"고 캐스팅이 진행된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현재까지 혜리의 연기는 만족스럽다고. 신원호 PD는 "현재로서는 혜리의 연기가 굉장히 만족스럽다. 저는 주관적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현장의 스태프, 선배 배우들이 혜리에 대해 굉장히 칭찬하고 만족스러워 한다"고 일부 시청자 우려를 일축시켰다.
신 PD는 늘 캐스팅에 대해 물으면 버릇처럼 대답하곤 했다. "무명을 고집하거나, A급 스타를 고집하는 건 없다. '응칠'과 '응사'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우리는 2가지면 된다. 첫째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캐릭터에 적합해야 하고, 둘째는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 물론, 잠재력이 있는 친구가 작품을 통해 폭발했을 때 함께 윈-윈이 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이다.
방송 전부터 혜리를 겨눠 반복해 불거졌던 '연기력 우려'가 첫방송 이후에 눈에 띄게 '쏙' 들어간 것은 신원호 PD의 정직한 설명 그대로, 성덕선이라는 캐릭터가 혜리와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기 때문에다. 앞서 성시원(정은지)과 성나정(고아라)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캐릭터 싱크로율과 더불어 배우의 노력이 몇 겹 보태졌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지만.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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