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은 메소드 연기에서 대한민국 최고다. 어떤 영화에서 어떤 인물을 연기해도 완벽하게 인물에 녹아든다. 그러나 똑같은 인물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영화 ‘타짜’에서 화투장을 확인하는 아귀가 그랬고, ‘황해’에서 족발을 휘두르던 면정학이 그랬다. 김윤석은 ‘검은사제들’에서도 21세기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구마의식을 행하는 사제로 영화의 중심을 잡아주며 강동원과 박소담과 뛰어난 연기호흡을 만들어냈다.
‘검은사제들’의 매력은 현실감이다. ‘검은사제들’을 보고 있으면 21세기 서울 어디에선가 악령과 싸우고 있는 사제들이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든다. 관객들에게 이런 현실감을 주는 것은 신인감독 답지 않은 장재현 감독의 연출력도 있지만 김윤석의 연기의 힘이 크다.
김윤석은 ‘검은사제들’에서 강동원과 박소담을 위해 완벽하게 판을 마련했다. 김윤석은 구마의식의 필요성과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지는지를 긴 장면의 할애 없이 표현해냈다. 그렇기에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구마의식 장면이 더욱 감명 깊게 다가오게 만들었다. 김윤석의 현실적인 연기로 인해 구마의식이 설득력을 갖게 되고 비현실적인 구마의식에 참여하면서 갈등에 휩싸인 강동원의 모습도 한층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김윤석은 김신부의 캐릭터도 치밀하게 구현해냈다. 김윤석이 연기한 김신부는 고독하다. 김신부는 교단에서도 무시와 배척당하는 존재이고 자신과 함께 오랜기간 구마를 한 스승마저 아파서 몸져누웠다. 아무도 믿어주는 이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혼자서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김신부지만 임신한 동생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고 혼란스러워하는 최부제(강동원 분)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모습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자연스러운 김윤석의 연기가 한국적 오컬트라는 낯선 장르를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
김윤석은 사기꾼, 도둑, 형사, 안마시술소 사장, 형사, 도사 등 수많은 영화에서 수많은 직업을 연기해왔다. 그러나 10여편이 넘는 영화들 속에서 흠 잡을데 없는 메소드 연기를 펼치며 계속해서 회자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석의 연기가 눈부신 ‘검은사제들’이 얼마나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pps2014@osen.co.kr
[사진] '검은사제들'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