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예뻤다’, 용감하게 깨부순 편견 네가지 [그예 종영 D-2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5.11.09 14: 39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드라마 흥행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가 아니었다. 이제 와서 말할 수 있지만, 톱스타가 즐비한 드라마가 아니기에 다른 드라마에 비해 제작비가 높지 않은 편이었고, 경쟁 드라마가 워낙 강세를 띠고 있어 선방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허나 ‘그녀는 예뻤다’는 보란 듯이 시청률 4%대에서 출발해 20%를 넘보는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기어코 흥행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대열에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용감하게 편견을 깨부순 제작진과 출연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엇보다도 드라마를 사랑해서 끊임 없이 의견을 개진하며 제작진에게 더 재밌는 드라마를 만들도록 독려 혹은 애정 어린 협박을 한 시청자들이 함께 만든 쌍방향 소통 드라마였다. 물론 다른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생방송 드라마라고 불리는 촉박한 촬영 환경이 장점 아닌 장점이지만 말이다. 아쉽게도 이 드라마는 오는 11일 방송되는 16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 시청률 4%, 포기하라고 전해라?

지난 9월 17일, ‘그녀는 예뻤다’가 첫 방송을 마친 다음 날. 방송사, 제작사, 배우들은 시청률 4%대라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시청률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SBS 수목드라마 ‘용팔이’가 시청률 20%의 벽을 넘어서며 승승장구하고 있을 때인데, 아무리 경쟁작이 세다고 해도 전작 ‘밤을 걷는 선비’의 시청률이 있기에 최소 6%는 나올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률은 낮았지만, 온라인 반응은 이미 뜨거웠다. 9월 16일 첫 방송 직후 인터넷에는 올봄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궜던 ‘킬미힐미’에 이어 볼 만한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나왔다는 호평세례가 쏟아졌다.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고 ‘용팔이’가 끝나자마자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보통 드라마는 초장에 시선을 끌지 못하면 망하기 일쑤인데 이 드라마는 재밌으면 시청률 역주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 황정음, 이렇게까지 망가져도 돼?
황정음은 드라마 시작 전 제작발표회에서 “원래 예쁘기 때문에 망가지는 것이 두렵지 않다”라고 농담 섞인 당찬 각오를 표현했다. 뚜껑이 열린 ‘그녀는 예뻤다’ 첫 방송은 황정음이 연기하는 김혜진이 못난이 중에 상못난이였다. 폭탄 머리와 주근깨는 물론이고, 패션 테러리스트에 가까운 촌스러운 패션감각이 황정음을 못 생기게 보이게 했다. 특히 넘어진 후 이가 빠졌을까봐 호들갑을 떨면 망가진 모습은 여배우 황정음은 잠시 잊게 했다. 너무 심하게 망가져 로맨틱 코미디 여주인공으로서 환상이 깨지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과 편견은 기우였다. 못 생겼지만 마음씨가 예쁜 김혜진은 시청자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혜진이가 미용과 화장으로 예뻐진 후 서운해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였다.
# 몸값 높은 배우가 있어야 안전빵 아냐?
‘그녀는 예뻤다’는 흔히 대세라 불리는 몸값 높은 배우가 있는 드라마는 아니었다. 박서준은 이번 드라마가 평일 지상파 프라임 시간대 첫 주연이고, 최시원 역시 가수 활동과 바쁜 해외 활동으로 국내에서 연기자로 인정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나마 황정음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흥행 기록을 세우는 배우이긴 해도, 이 드라마 전에는 한류 스타라고 꼽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소위 한류 시장에서 먹히는 몸값 높은 배우가 있는 드라마가 아닌지라 해외 판매를 기대하진 않았다. 허나 방영 후 한국 못지않게 중국에서 큰 화제성을 자랑하며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 워낙 대본이 재밌어 사랑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잘 될지는 몰랐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재밌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뛰어난 조합과 연기가 있어 흥미로운 드라마였던 ‘그녀는 예뻤다’가 일으킨 반전이다.
# 지독한 악녀가 있어야 재밌다?
이 드라마는 지독스러운 악녀가 없었다. 지성준(박서준 분)과 김혜진(황정음 분) 사이를 방해하는 민하리(고준희 분)가 있었지만 갈등 요소는 오래가지 않았고, 선을 넘지 않았다. 하리는 혜진의 친구, 성준을 만나면서 진짜 사랑을 깨닫게 됐다. 성준을 사랑하고 싶은 욕심에 거짓말을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혜진과 성준에 대한 미안한 감정에 진실을 말했다. 보통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방해하는 로맨스 훼방꾼이 있는데 하리의 역할은 길지 않았을뿐더러 이해 못할 악역이 아니었다. ‘그녀는 예뻤다’는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선한 드라마였다. 못된 인물들이 존재하지 않아 짜증을 유발하지 않았는데도, 흥미로운 이야기를 유지했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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