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윤석은 다양한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내는 '연기파 배우'다. 2000년대 중반, 강렬한 악역 연기로 스크린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보여주며 급부상한 그는 최민식, 송강호, 설경구 등 충무로 간판 배우에 버금가는 인기와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독보적인 위치를 공고히 해왔다. 단역까지 합쳐 영화 출연작으로 알려져 있는 작품은 총 24개. 김윤석은 이 영화들에서 선생님부터 형사, 요괴까지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며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다양한 변신을 보여줬던 김윤석의 변신사(史)를 정리해봤다.
◆신스틸러계의 전설_~'타짜'(2006)
김윤석이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알린 영화는 영화 '타짜'(최동훈 감독)였다. '타짜'에서 김윤석이 맡은 역할은 주인공 고니와 도박을 벌이는 강렬한 적수, 아귀였다. 아귀는 극 중 고니를 위협하는 악역이었는데, 그리 많은 신에 등장하지 않음에도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줬다. 일부 만화 원작의 팬들은 김윤석의 아귀가 원작을 뛰어넘었다는 평을 할 정도. '타짜'에 출연하기 전 김윤석은 연극계에서 활동했고, 여러 영화들에서 단역이나 조연으로 출연했다. 특히 '타짜'에서 만나게 되는 최동훈 감독과의 인연이 시작된 '범죄의 재구성'(2004)에서는 형사 역할을 재밌게 소화해 내 인상을 남겼고, '천하장사 마돈나'(이해영·이해준 감독, 2006)에서 주인공 오동구(류덕환 분)의 아버지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센캐릭터'의 대명사_'즐거운 인생'(2007)~'황해(2010)
'타짜'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김윤석은 다양한 '센 캐릭터'를 맡아 스크린을 주름 잡았다. 특히 '타짜' 이후 그는 주인공의 위치로 올라섰고, 다양한 남성 캐릭터들과 '케미스트리'를 만들었는데, 나홍진 감독의 '추격자'(2008)나 '황해'(2010)가 대표적이다.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맡은 역할은 출장안마소를 운영하는 전직 형사 엄중호다. 엄중호는 살인마 지영민(하정우 분)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모습과 함께 "야, 4885. 너지?"라는 명대사를 만들어 인기를 얻기도 했다. 김윤석은 '추격자'의 다음 작품이었던 '거북이 달린다'에서도 형사 역을 맡았는데, 이번에는 순수한 시골 경찰 역할로 전작의 경찰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뽐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김윤석은 '전우치'(2009)에서는 요괴 화담의 역을 맡아 역시나 탁월한 악역 연기를 보여줬고, '황해'(2010)에서도 살인청부업자 면가 역을 제대로 소화해내 하정우와 함께 호평을 받았다. 센 역할을 주로 맡았던 그도 잠시, 가볍고 유쾌해진 때가 있었는데, '즐거운 인생'(이준익 감독, 2007)에 출연할 때다. 그는 이 영화에서 일탈을 꿈꾸는 중년 남성 성욱 역을 맡아 대학 시절 친구들로 등장한 정진영, 김상호 등과 유쾌한 앙상블 연기를 보여줬다.
◆흥행배우의 기복_'완득이'(2011)~'해무'(2014)
강렬한 역할들을 통해 충무로 대표 배우의 자리에 올라선 김윤석은 2012년 영화 '도둑들'(최동훈 감독)로 천만 배우의 대열에 올라섰다. '도둑들'은 이정재, 김혜수, 전지현, 김수현 등 톱배우들이 총출동한 '떼캐스팅' 영화였으나, 김윤석의 이름이 그 중에서도 맨 앞자리에 올랐다는 점은 그의 존재감이 어느 정도까지인지를 알게 한다. 또 유아인과 함께 한 '완득이'(이한 감독, 2011)도 크게 성공을 거뒀는데, 김윤석은 여기서 완득과 우정을 나누는 선생님 동주 역을 맡아 편안한 연기로 '센 캐릭터' 못지 않은 인상을 남겼다. '천만 배우'가 된 김윤석이었지만, 어느 정도의 기복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영화 '남쪽으로 튀어(임순례 감독, 2013)'나 '해무'(심성보 감독, 2014) 등의 영화는 기대에 비해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작품들이었다. 특히 '해무'에서 그는 전진호의 선장 철주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지만, 영화가 흥행에서 실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톱배우'의 도전은 계속된다_'타짜:신의 손'(2014)~'검은 사제들'(2015)
몇 편의 기복이 있었지만, 김윤석은 여전히 '믿고 보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해무'의 아쉬운 스코어 이후, 그의 다음 작품은 출세작 '타짜'의 캐릭터를 그대로 가지고 간 '타짜: 신의 손'이었다. '타짜 신의 손'(강형철 감독, 2014)에서 그는 '타짜' 때처럼 아귀 역할을 맡았고, 다시 한 번 비중이 적은 역할임에도 탄복할만한 연기로 호평을 받았다. 또 그는 멜로 영화라 할 수 있는 '쎄시봉'(김현석 감독, 2015)에서 정우와 함께 남자주인공의 2인 1역을 맡았는데, 다른 작품들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멜로 감성이 색다른 느낌을 주며 배우 인생의 새로운 지점을 열었다. 오랜만에 형사 역을 맡아 흥행에 성공한 '극비수사'(곽경택 감독, 2015)를 거쳐 그가 선택한 영화는 '검은 사제들'(장재현 감독, 2015)이다. 생소한 오컬트 무비를 택한 그는 6년 전 '전우치'에서 함께 했던 강동원과 콤비-플레이를 보여주는데 색다른 장르에서의 모험을 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eujenej@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전우치', '황해', '해무' 스틸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