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프로그램에서 퀴즈를 내고 출연자들이 오답을 다양하고 독특한 오답을 말하면서 웃음을 자아내는 것은 오래된 포맷이다. 이 오래되고 식상한 포맷도 김종민과 정준영이 하면 다르다. 이 두 콤비는 ‘1박2일’에서 실시한 독서 레벨 테스트에서 독창적인 오답과 특이한 해석을 보여주며 당당히 꼴찌를 차지했다. 진정한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들의 귀환이었다.
지난 8일 방송된 KBS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에서는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의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로 떠나는 ‘가을산장여행’ 첫 번째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날 멤버들은 용돈을 획득하기 위해 제기차기, 활쏘기, 신발 던져서 받기 등의 미션을 소화했다. 이어 강원도 홍천에 있는 베이스캠프에 가는 동안 제작진 없이 15분의 방송분량을 만들어내는 셀프 촬영 미션을 받기도 했다. 이날 방송분의 하이라이트는 제작진이 낸 독서 레벨 테스트를 푸는 멤버들의 모습이었다.
‘1박2일’ 멤버들은 전체적으로 퀴즈에 자신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차태현은 “퀴즈 제발 하지 말라”며 “잘 못하면 ‘1박2일’을 보고 있는 아들에게 할 말이 없어진다”고 투덜댔다. 그러나 정준영과 김종민은 자신감 있게 제작진이 출제한 초등학생 수준부터 고등학생 수준의 독서레벨테스트에 임했다.
김종민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줘서 놀라움과 웃음을 선물했다. MBC 예능프로그램에서 바보 어벤져스 멤버로 섭외 될 정도로 KBS 대표 바보의 모습을 보여줬던 김종민은 답을 맞춰서 웃음을 줬다. 특히 세명의 외국작가의 이름과 작품을 쓰라는 문제에서 막힘없이 답을 써서 시청자들과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김종민은 김종민이었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적을 알리바바와 59인의 도적으로 적으며 어디선가 그렇게 들었다고 우겼다.
정준영은 게임에서 에이스로 불리면서 뛰어난 머리회전을 보여줬지만 오랜 외국생활 탓에 상식이 부족한 모습으로 웃음 폭탄을 터뜨렸다. 정준영은 문제를 풀면서 만해 한용운의 작품을 보고 그의 호를 적는 문제에서 한용운을 EBS에서 오천 번도 넘게 봤다며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그가 답으로 적은 것은 도올도 아니고 도을 이었다. 도올 김용옥과 만해 한용운을 헷갈리는 기상천외한 오답을 제시했다. 정준영은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에서 나타샤를 맞추는 문제에서 비욘세라고 적으며 색다른 관점을 보여줬다. 정준영을 보면서 좋은 머리와 상식이 풍부한 것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퀴즈와 오답은 뻔한 포맷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서 웃음의 질이 달라진다. 앞서 ‘무한도전’에서 펼쳤던 바보어벤져스와 비슷하지만 김종민 그리고 정준영만의 캐릭터가 더해지면서 색다른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선물한 시간이었다. /pps2014@osen.co.kr
[사진] '1박2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