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냉장고를 부탁해’가 방송된 지 벌써 1년이 됐다. 지난해 11월 방송을 시작했을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껏 보지 못한 포맷으로 시청자들에게는 낯선 예능이었지만 그 독특한 포맷으로 단번에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방송 1년이 된 지금도 여전히 인기는 뜨겁다.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그야말로 아직도 ‘핫’하다. 요즘 예능프로그램 수명이 짧아져 방송 1년 정도 되면 시청자들의 관심은 물론 화제성도 떨어지고 시청률도 하락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는 JTBC 프로그램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시청률은 7.42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 동시간대 지상파 예능 SBS ‘힐링캠프’, KBS 2TV ‘안녕하세요’까지 제치기도 했다.
그 인기만큼 ‘냉장고를 부탁해’는 ‘쿡방’의 트렌드를 이끌었다. 지상파, 케이블에서 요리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 생겼고 요리를 하지 않는 프로그램에도 셰프들이 출연했다. ‘냉장고를 부탁해’ 이후 셰프들이 등장하지 않는 예능이 없을 정도로 스타셰프 열풍까지 불러일으켰다.
스타셰프, 쿡방 열풍이 1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최근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지겹다’라는 반응과 함께 쿡방이 ‘끝물’이라고는 하지만 ‘냉장고를 부탁해’의 인기는 계속되고 있다. 한 예능프로그램의 내용이 패턴화 되거나 논란이 불거지면 시청자들의 흥미가 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는 그렇지 않다. 이처럼 ‘단물’이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인기를 유지하는 ‘냉장고를 부탁해’의 힘은 뭘까.
◆ 눈 뗄 수 없는 셰프들의 요리대결+먹방
‘냉장고를 부탁해’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셰프들의 요리대결이다. 사실 셰프들간의 대결이 셰프들에게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지만 ‘냉장고를 부탁해’는 이를 성사시켰다. 또 하나의 인기 비결은 ‘속도감’이다. 셰프들의 요리대결과 MC들의 중계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면서 시청자들이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제한시간 15분 내에서 하나의 요리를 완성시켜야 하기 때문에 셰프들의 빠른 손놀림이 필요하다. 셰프들이 주방을 왔다 갔다 하며 정신없이 요리하고 여기에 MC들의 중계가 더해지면 마치 스포츠 경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냉장고를 부탁해’가 쿡방뿐 아니라 먹방도 하고 있다는 점이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이유다. 꾸준히 인기 있는 먹방도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볼 수 있다. 셰프들이 요리한 후 게스트들과 맛있게 먹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한다. 특히 셰프들 중 이원일은 보는 사람의 식욕을 자극할 만큼 맛깔나게 먹어 ‘먹방요정’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 MC 정형돈+김성주 미친케미
프로그램에서 정형돈과 김성주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이들이 없었으면 ‘냉장고를 부탁해’의 1주년이 없었을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장고를 부탁해’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지만 몇 년 함께 방송을 한 사람들처럼 최고의 케미를 보여줬다. 이들의 진행을 보고 있으면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다. 둘의 케미도 케미지만 두 사람이 인지도 있는 셰프부터 처음 보는 셰프까지 이들의 특징을 잡아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어줬다.
지난해 방송 초반 정형돈은 OSEN에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있는 것 같다. 우리 둘의 조합이 좋은 것 같다. 호흡이 좋다는 반응을 들으면 흐뭇하다. 시청자들이 우리를 보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서로 막할 수 있어서 좋다”고, 정형돈은 “둘이 싼티 나서 좋다. 고급지향적인 MC들이 아니라 편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정형돈이 자유롭게 게스트들의 사생활을 캐고 직언을 하고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잡아내 재미를 유발한다면 김성주는 상황과 멘트를 정리해주고 셰프들의 요리 상황을 재치 있고 순발력 있게 설명한다. 무엇보다 김성주와 정형돈은 마치 탁구를 하듯 공을 차지게 멘트를 주고받는 모습이 놀랍다.
◆ 매력 터지는 스타셰프 10인
10명의 셰프군단은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절대 빠질 수 없다. 최현석, 샘킴, 미카엘, 홍석천, 김풍, 박준우, 이원일, 이연복, 오세득, 이찬오 등 단 한 명도 매력적이지 않은 셰프는 없다. 이들 셰프들의 팬층도 두텁다. 각자 개성도 뚜렷하고 주특기도 분명해 요리대결을 보는 맛이 있다. 서로 다른 개성과 주특기가 만나 대결을 펼치는 것이 흥미진진하다.
최현석은 요리를 하면서 소금을 쥔 손을 높게 들어 올려 눈송이 흩날리듯 소금을 뿌려 허세 있는 셰프라는 ‘허세프’ 애칭를 얻었다. 한식을 공부한 이원일은 요리에 된장을 자주 사용하면서 ‘된장남’이라는 애칭이 생겼다. 박준우는 식재료 및 음식에 대한 지식이 굉장히 풍부해 다양한 얘기를 풀어놓으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 이외에도 김풍, 이연복 등의 셰프들도 각자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이들 셰프는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큰 인기를 끌며 타 방송 예능프로그램 출연까지 하는 등 연예인보다 더 주목받는 대세가 됐다. 이에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비롯해 셰프들의 인기로 ‘요섹남(요리하는 섹시한 남자)’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고 이들 덕에 이젠 요리하는 남자가 인기 있는 시대가 됐다.
매력적인 셰프들, MC 정형돈과 김성주의 미친 케미, 속도감 있는 진행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시도하고, 새로운 셰프를 섭외해 다양한 재미를 선사하는 ‘냉장고를 부탁해’. 단물이 빠지지 않은 이유다./kangsj@osen.co.kr
[사진] JT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