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걸이부터 홍진영이라는 말을 들으며 참패를 맛봐야 했던 트로트 가수 홍진영이 이번에는 완벽하게 모두를 깜빡 속였다. 수 개월 전부터 연습에 돌입한 아름다운 두 번째 도전에 큰 박수가 이어졌고, 홍진영은 세 번째 출연을 기약했다.
홍진영은 지난 8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 ‘신선약초 은행잎’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앞서 부드럽고 포근한 음색을 보여줬던 은행잎에 대해 다들 신지, 솔비로 추측했다. 이날 은행잎은 ‘가을의 전설’을 선곡해 절제된 감성과 영롱한 음색으로 안정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다.
김형석은 “천부적인 음색이다. 호흡, 발성, 바이브레이션이 좋다”며 “조금 더 목소리를 듣고 싶다. 가능성이 많은 가수다”고 평했다. 또 김현철은 조갑경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잎은 상감마마 납시오에 42대 58로 패해 3라운드 결승 진출엔 실패하고 말았다.
얼굴을 공개할 시간, 은행잎은 갑자기 “노래 한 곡 더 하지 않냐”며 노래를 부르게 해달라고 돌발 요청을 했다. 이에 모두가 아니라고 하자 “시켜달라”며 “3라운드 준비 노래 1절만 부르겠다”고 말했다. 떼를 써서 노래를 부르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 이에 은행잎은 가면을 쓴 채로 ‘이등병의 편지’를 깊은 감성으로 열창해 눈길을 모았다.
1절 이후 홍진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신봉선은 “또 나왔어”라며 반가워 했다. 가면을 쓰고 있던 탓에 땀으로 얼룩진 얼굴을 한 홍진영은 트로트 창법을 완벽하게 지워내며 끝까지 탁월한 고음을 내지르며 감동을 선사했다. 홍진영은 과거 설특집 파일럿 방송 당시 특유의 음색 때문에 첫 소절에서 정체를 들키고 말았다. 이에 홍진영은 수개월 간 목소리 변신을 위해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다. 그렇게 홍진영은 제대로 모두를 속이며 가수로서 재평가 받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홍진영은 마무리 인사를 하고 퇴장하는 순간에도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며 제스처를 취해 모두를 웃음 짓게 만들었다. 질척이라는 단어로 표현이 되긴 했지만, 모두들 홍진영의 통통 튀는 매력에 환호했다. 이후 홍진영은 “오랜만에 나오니까 재미있다. 1라운드에 다들 깜빡 속은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 좋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홍진영은 “그때는 저를 숨기려고 안하고 감정 그대로 불렀다. 가수이기 때문에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싶은 부분이 있다. 언젠가는 인정해주시리라 믿고, 이렇게 또 ‘복면가왕’에 나온 것”이라고 재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홍진영은 세 번째 출연 가능성을 시사하며 “한 10개월 뒤에 보자”는 말을 남겼다.
맛깔스러운 트로트 창법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던 홍진영은 이번 ‘복면가왕’ 무대를 통해 자신의 틀을 깨고 가수로서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노력하고 도전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제대로 일깨워준 홍진영의 세 번째 도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호언장담한대로 10개월 뒤 가면을 쓰고 무대에 오르게 될 홍진영의 또 다른 변신을 기대해본다. /parkjy@osen.co.kr
[사진] ‘복면가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