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아이유의 곡 '제제(Zeze)'의 가사 해석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가운데, 허지웅과 이외수, 진중권 등이 각기 다른 의견을 드러내며 설전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아이유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불편했다면 죄송하다고 사과했는데, 당사자의 사과와 상관없이 '예술에도 금기는 있다'는 의견과 '해석의 자유'라는 주장이 대립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일 출판사 동녘 측은 지난달 23일 발매된 아이유의 미니4집 '챗셔(CHAT-SHIRE)'의 수록곡인 '제제'의 가사와 해석을 문제 삼았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를 모티브로 만든 이 곡이 5살짜리 학대받은 아이를 성적 대상화했다고 주장하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를 시발점으로 티저 표절 의혹에 휩싸이면서 큰 논란으로 번졌다.
특히 아이유의 이번 논란은 진중권과 허지웅, 이외수 등이 소신을 밝히면서 더욱 크게 번졌다. 아이유의 입장 표명은 신경도 쓰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비판과 해석의 자유라는 입장이 부딪혔다.
'제제'의 가사가 결국 소아성애 논란으로 번지자 여러 누리꾼들은 영화 '소원'을 떠올렸다. 이 작품은 초등학생 여자 주인공이 성범죄의 피해자가 돼 그 가족들이 사건 이후 겪는 일들을 담고 있는데 소아성애가 아동 성범죄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이유에서다.
그러자 영화 '소원'의 소재원 작가도 나섰다. 그는 6일 SNS에 "예술에도 금기는 존재한다. 만약 내 순결한 작품을 누군가 예술이란 명분으로 금기된 성역으로 끌고 들어간다면 난 그를 저주할 것이다. 최후의 보류는 지켜져야 예술은 예술로 남을 수 있다. 그보다 창작의 고통을 모르는 평론가 따위의 말장난이 더 화가난다"고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또 소설가 이외수는 "요즘 이슈인 아이유의 '제제'라는 곡과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라는 누리꾼의 질문에 답했다. "전시장에 가면, 작품에 손 대지 마세요, 라는 경고문을 보게 됩니다. 왜 손 대지 말아야 할까요"라고 함축적으로 소신을 밝혔다.
가수 솔비도 9일 오전 자신의 SNS에 아이유 논란을 겨냥한 의견을 올렸다. 솔비는 "예술? 정답 같은 건 없는데 말야. 그래도 예술의 가치는 사상과 철학은 물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작품을 회자하고 소유하길 원하는가에 있겠지"라며 "뭐 칭찬이든 논란이든 다 땡큐! 하지만 여기서 작품은 결국 그 작가의 가치관에서 나오는 거거든. 뭐가 되었던 창작은 자유야. 하지만 그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지. 그건 배고픔이 따를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게재했다.
이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을 위해 창작하느냐 나의 만족을 위해 창작하느냐. 선택의 기로에서 나를 괴롭히지. 사실 예술이라는 건 답을 푸는 게임이 아니야. 문제를 내는 게임도 아니고. 내 작품의 확실한 개념만 있다면 꼭 남을 설득할 필요는 없어. 예술에서의 소통은 수단이지. 필수는 아니니깐"라면서, "하지만 소통보다 중요한 게 있지. 그건 공감이야. 백마디 칭찬보다 강한 건 관객과의 교감을 했느냐지. 공감 없는 예술은 작가의 뒷모습만 아름다울 뿐이야"라고 자신의 의견을 전했다.
영화평론가 허지웅은 논란이 시작되자 자신의 트위터에 "출판사가 문학의 해석에 있어 엄정한 가이드를 제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모든 문학은 해석하는 자의 자유와 역량 위에서 시시각각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다. 제제는 출판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글을 게재했다.
진중권 교수는 6일 "저자도 책을 썼으면 해석에 대해선 입 닥치는 게 예의입니다. 저자도 아니고 책 팔아먹는 책장사들이 뭔 자격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지. 아무리 장사꾼이라 하더라도 자기들이 팔아먹는 게 책이라면, 최소한의 문학적 소양과 교양은 갖춰야죠. 대체 뭐 하는 짓인지. 게다가 망사 스타킹이 어쩌구 자세가 어쩌구. 글의 수준이란.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어휴, 포르노 좀 적당히 보세요"라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윤종신 역시 해석의 자유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종신은 "나의 노래와 글을 읽고 나는 생각도 못한 감상과 느낌을 표현하는 분들을 봤을 때의 경이로움은 창작 후 또 다른 쾌감. 그건 오해 오역도 아니고 그만의 상상 그리고 자유. 그의 머릿속을 지배할 순 없어. 그의 표현 까지도..그저 듣고 읽어 준 게 고마울 뿐. 이 수 많은 창작물의 홍수 속에"라고 의견을 표현했다.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가운데, 허지웅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그는 9일 자신의 트위터에 "표현에 있어 금기라는 선을 긋는 사람들은 모든 논의를 자신들이 설정해놓은 윤리적인 틀 위로 가져가려는 경향이 있다. 아니 이게 뭐 이럴 일인가 하고 느슨하게 생각하던 사람들도 윤리적으로 재단되고 싶지 않으니까 편을 들게 된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어 "누군가가 소아성애를 저지르거나 옹호하면 법적인 근거를 들어 처벌하면 된다. 자기 눈에 그렇게 보인다고 해서 이것을 소아성애에 대한 찬성이냐 반대냐로 무작정 환원하여 겁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라면서, "대중에 해석의 자유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린 나이에 데뷔해 가요산업 안에서 성장해온 아이유가 성인 소비자들의 시선에 의해 억압받아온(동시에 이용한) 주체로써 제제 혹은 밍기뉴를 인용하고 스스로를 동일시할 자유 또한 인정되어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이유 논란이 지난 5일 시작점부터 사과문 발표 이후에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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