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은 배우 황정민의 눈물에 약하다. 다양한 역할을 맡아 왔지만, 스크린 속의 그의 눈은 어쩐지 늘 눈물에 젖어 있는 느낌이다. 그가 표현하는 캐릭터들이 가진 지독한 인간미 때문이다. '너는 내 운명'의 순박한 시골 청년이 그랬고, '신세계' 정청이 그랬다. 그가 표현하는 캐릭터들은 사랑과 우정 앞에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매우 인간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런 황정민이 '히말라야'(이석훈 감독)의 주인공 엄홍길 대장의 역할을 맡은 것은 우연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황정민은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CGV에서 열린 '히말라야'(이석훈 감독)의 제작보고회에서 마지막 촬영날 눈물을 흘린 사실이 폭로돼 당황스러워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땀을 닦은 것"이라고 변명했지만, 다른 배우들은 모두 그가 울었다고 증언해 웃음을 줬다. 이어 그는 눈물의 이유에 대해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다 힘들었다. 어쨌든 어떤 영화를 찍게 되면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이번에는 전혀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여건 자체가 없었다. 산에 올라가는 동안, 모두가 각자가 살아야하는 거다"라고 혹독했던 촬영 환경을 이야기했다.
실제 '히말라야'는 영화의 주요 부분이 모두 네팔과 프랑스 몽블랑 등 현지에서 촬영된 영화다. 김원해는 "작년에 감독님(이석훈)과 '해적'을 찍었는데 겨울에 물에 빠트리고 하더라. 그래도 우리 사이즈에서는 그런 게 오면 또 한다. 그런데 산 영화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겠다"고 햇고, 정우는 "막내면 애교도 피워야하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만큼 내 몸하나 간수도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산에서의 촬영은 '히말라야' 팀 전부가 짊어졌던 매우 무거운 짐이자 숙제였다.
황정민은 "우리는 우리만 챙기면 되지만 스태프들은 자기 장비가 있다. 그 무거운 장비를 매고, 이고 해야 한다. 그런 엄청난 것들이 있었다. (마지막 촬영 날에는) 그런 게 한 번에 터지더라"고 눈물을 흘렸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조금만 긴장을 늦추면 사고가 날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다친 사람 없이 잘 끝난 것만으로 큰 수확이었다. 감사의 눈물이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황정민이 이토록 긴장했던 것에는 산 촬영의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과 무게도 한몫을 했다. 주연배우이기에 감독과는 또 다르게 영화 전체를 바라보고 이끌어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그 때문에 그는 시나리오를 읽거나, 본인에게 이야기를 들을 때는 몰랐던 엄홍길 대장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일 중요한 건 그분이 산을 대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다. 그런 정신에 대해서가 더 중요하다. 촬영을 하면서 그걸 알겠더라. 리더 역할, 형이 되고 이 팀을 이끌어야한다는 숙명 속에 가고, 스스로에 대해서 이런 감정이 엄홍길 대장이 올라갈 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을까? 촬영하면서 굉장히 많이 느꼈다"며 "반성도 많이 하고, 산에서 주는 에너지 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다. 이런 것을 대본을 읽으면서 못 느끼고, 촬영을 하면서 느꼈다"고 말했다.
산 위에서 함께 고락을 해서인지 '히말라야' 팀은 실제 휴먼원정대 못지 않은 끈끈함을 자랑했다. 황정민은 "어떻게 보면 전쟁을 한 번 치르고 난 다음에 끈끈해지고, 물론 작품을 하는 사람들은 끝나고 나서도 알고 지내지만, 이 팀은 특히 서로 말하지 않지만 눈에 보이는 끈끈함이 있다"며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이걸 해낸 자체가 대단한 사람들인 것 같다"고 말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히말라야'는 황정민과 배우들의 눈물과 땀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과연 이들의 눈물과 땀은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을까? 기대감을 자아낸다.
한편 '히말라야'는 히말라야 등반 중 생을 마감한 동료의 시신을 찾기 위해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목숨 건 여정을 떠나는 엄홍길 대장과 휴먼 원정대의 가슴 뜨거운 도전을 그린 작품으로 오는 12월 개봉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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