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이 나르샤'에서 치열한 두뇌 싸움이 벌어졌지만, 싸움 구경보다 더 재밌는 '김명민 연기구경'이 보는 이들을 흥분케 했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체포를 놓고 갈등, 이후 구출을 결심한 뒤 본격적으로 전략을 펴 나가는 정도전(김명민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도전을 연기한 김명민은 자신의 목적과 이방원의 구출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도전의 모습을, 그리고 마음을 굳힌 뒤 이를 펴나가는 단호한 모습의 정도전을 동시에 표현해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날 정도전은 이방원의 체포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뒤 고뇌에 빠졌다. 그를 구해야 하는 것인가, 아니면 모른 척 해야 하는 것인가 사이에서 고민한 것. 사실 연희(정유미 분)가 조언한대로 정도전은 이방원의 체포를 모른 척 해야 했다. 이는 연희가 제대로 지적했다. 일단 이방원이 체포돼야 이성계(천호진 분)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고 앞서 이방원을 폭두(변수)로 지적했던 만큼 이번 기회로 골칫거리였던 이방원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땅새(천호진 분)의 말이 마음에 걸린 정도전이었다. "그 과정에서 들풀은 짓밟혀도 된다는 말인가"라고 소리쳤던 땅새의 말에 정도전은 계속해서 고뇌했다. "내 안에 벌레가 자라기 시작했다"며 괴로워하기도 했다.
이러한 정도전을 김명민은 특유의 무게감 있는 연기력으로 그려냈다. 연희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사람의 목숨을 놓고 고민하는 자신을 탓하는 모습으로 김명민은 자신만의 정도전을 만들어나갔다.
이방원의 구출을 결심한 뒤엔, 앞선 모습과는 180도 다른 정도전이었다. 고민으로 힘들어했던 정도전이 맞나 싶을 만큼 확 바뀐 정도전을, 김명민은 능글맞은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로 섞어내 극 후반 몰입도를 높였다.
분이(신세경 분)의 진심을 듣고 이방원 구출을 결심한 정도전은 이인겸(최종원 분)의 수를 읽어 그가 몰래 넣으려 했던 서찰을 자신의 것으로 바꿔치기 했다. 그리고 거기엔 '당신의 계략대로 백윤을 죽였소. 다음엔 누구요'라는, 앞서 땅새(변요한 분)가 자신에게 남겼던 서찰을 담았다.
이인겸의 당황한 심리를 헤아리기라도 하듯, 정도전은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봤고 이후 "내 수를 받아보시오"라며 카리스마 넘치는 말투로 앞으로 펼칠 이인겸과의 두뇌 싸움을 예고했다.
옛말에 '불구경이 싸움구경보다 재밌다'는 말이 있다. '육룡이나르샤'에선 그 재밌다는 싸움 구경이 제대로 벌어졌다. 물론, 몸과 몸으로 치고받는 싸움은 아니었으나 지략가들의 치열한 두뇌 싸움을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싸움 구경보다 김명민의 연기 구경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드라마를 쥐락펴락하는 연기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육룡이 나르샤'는 '고려'라는 거악(巨惡)에 대항하여 고려를 끝장내기 위해 몸을 일으킨 여섯 인물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화끈한 성공스토리로 매주 월, 화요일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 trio88@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