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안녕하세요' 약은 가족에게, 진료도 가족에게
OSEN 박꽃님 기자
발행 2015.11.10 06: 50

늘 가까이에, 그리고 곁에 있는 것이 당연하기에 우리는 가족의 소중함을 자주 잊는다. 그 사이 가족의 마음엔 골병이 들어갔고, 묵혀있던 감정은 눈물이 되어 흘렀다. 하지만 이 모든 걸 포용하고 치료하는 것 역시 가족이었다.
지난 9일 오후 방송된 KBS 2TV 예능프로그램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이하 '안녕하세요')에서는 13명의 대가족 사이에서 노예처럼 살고 있는 30대 주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사연의 주인공은 6층 건물에서 부모님과 큰 언니네, 작은 언니네, 큰 사돈댁과 함께 남편과 살고 있었다. 세 딸 중 막내인 주인공은 청소부, 보모, 대리기사, 비서 등 집안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그의 노예 생활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졌다.

회사에 출근하기 전, 큰 언니네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는 것으로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주인공에겐 회사에서도 큰 언니의 지시가 계속됐다. 떨어진 잉크나 원두를 사 오라는 자잘한 심부름에 이어 주인공은 상품 소개서 작성, 일러스트 디자인, 각종 엑셀업무, 세금계산서 정리 등 마치 비서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저녁에는 언니의 퇴근길까지 책임졌다. 뿐만 아니라 집으로 돌아가면 온 식구의 저녁밥을 챙기고 외출하신 어머니의 대리운전 기사 노릇까지 해야 했다. 게다가 작은 언니네 거실에 페인트칠을 하는 것도 모자라 주인공은 형부의 옷 수선까지 떠맡고 있었다.
이런 주인공의 이야기에 가족들은 입을 모아 힘들어하고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평소 손재주가 좋고 맡은 일은 아무리 싫어도 완벽하게 해내는 성격 탓에 주인공이 겪어야 했던 고생은 그리 티가 나지 않았다. 또한 가족들은 주인공에겐 아직 아이가 없다는 이유를 대며 이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어쩌다 주인공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일 때면 언니들은 지나가는 말로 “네가 애 키워 봤냐, 내가 이것보다 더 힘들다”며 그에게 비수를 꽂았다.
몸이 힘들어 아플 때보다도 훨씬 서러웠던 순간을 떠올리며 주인공은 눈물을 흘렸다. 늘 밝은 모습에 투덜대면서도 궂은일을 해내는 그의 눈물은 가족에게 자신들의 행동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동생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말을 내뱉은 언니들은 “그 순간에는 내 입장이 먼저였던 것 같다”며 함께 눈물을 흘렸고, 어머니 역시 이날을 계기로 변화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한바탕의 눈물 바람이 장내를 휘몰아친 후, 주인공은 비로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얘기를 꺼냈다. 그는 가족들을 향해 “내가 힘들다고 말할 땐 정말 힘들 때고, 바람 쐬러 가고 싶다고 할 땐 진짜 바람 쐬러 가고 싶은 날이다”라며 자신이 가끔씩 내뱉는 힘들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라고 전했고, 가족들의 이해와 일의 분담을 부탁했다. 이런 주인공의 말에 가족들은 그동안 무심했던 만큼 잘하겠다는 뜻과 함께 사랑과 고마움을 표했다.
이렇게 사연의 주인공은 가족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다시 가족들의 힘으로 치유 받았다. 함부로 끊어낼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잘 알기에 소홀하고, 서로의 마음을 보듬기 미뤄왔던 가족이란 관계. 가족이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방식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였다.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바로 이 세 문장으로 충분했다.
한편 시청자 고민상담 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는 이날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제아, 나르샤, 미료, 가인과 함께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안녕하세요’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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