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혜리 남편의 정체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방송 후 검색어에 배우들의 이름이 상위권을 차지하는 것만 봐도 금세 인기를 체감할 수 있다. 앞선 시리즈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과 마찬가지로 남녀 주인공들의 꼬일대로 꼬인 러브라인 속 여주인공의 사랑이 누구인지 관심이 지대했던 것처럼, 이번 시즌에도 여주인공 성덕선(혜리 분)의 남편에 대한 호기심이 첫 방송부터 펼쳐진 것이다.
일단 2회까지 나온 여러 정황만 보면 선우(고경표 분)나 정환(류준열 분)이 덕선의 남편일 확률이 높다. 아직까지는 추리에 혼란을 가중케 하는 떡밥이 던져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녀의 남편이 누구인지는 마지막 회에 가서나 정확하게 알게 될 듯싶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남편 찾기’가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주된 이야기는 아니라는 점이다. 러브라인이 극을 이끄는 주요한 사건이긴 하나 어디까지나 재미를 더하는 곁가지에 불과하다.
‘응팔’이 얘기하고 싶은 것은 1988년 서울 쌍문동에 사는 다섯 가족을 주인공으로, 가진 것이 없던 시절에도 가족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정만 있어도 행복했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고 싶은 것이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은 현실과 대비해 과거에 대한 그리움을 높인다. 그때는 가진 것 없이 고달픈 삶이었지만 이웃들과 나눔, 사랑, 웃음이 있어 행복했다.
‘응칠’이 HOT와 젝스키스 등 아이돌 가수에 열광했던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담았고, ‘응사’가 서울 신촌 대학가 하숙집에서 벌어졌던 스무 살 젊은이들의 사랑을 다뤘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가족’이 중심을 이룬다.
지난 6일 방송된 첫 회에서는 공부 잘하는 첫째 보라(류혜영 분)에게 치이고, 남동생 막내노을(최성원 분)에게 사랑을 빼앗긴 둘째 덕선의 서러움을 얘기했다. 덕선은 전교 999등으로 공부보다 외모나 야설에 관심이 많은 괴짜다. 언니는 타고난 모범생으로 서울대에 다니며 부모님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남동생은 귀한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덕선이 위에서 눌리고 아래에서 치일 수밖에 없는 샌드위치가 된 셈.
그래서 언니에게 반항하고, 동생은 구박하는 천방지축 둘째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덕선의 눈물은 둘째로 자란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만큼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방송 후 시청자들은 자신과 비슷하다며 덕선에게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평상에 둘러 앉아 반찬거리를 준비하는 세 엄마들의 모습, 사사건건 쥐어뜯고 싸웠던 자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하고 저리게 만든다.
이튿날 방송된 2회에서는 어머니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서로 의지하는 성동일의 형제애를 그려 눈물샘을 자극했다. 동일은 장례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기쁘게 수다를 떨며 슬프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누나, 형과 만나 오열하며 본심을 털어놔 감동을 안겼다. 남매애로서 어머니를 잃은 상처를 봉합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응팔’은 88올림픽과 당대 인기 TV프로그램, 지금은 희귀아이템이 된 물품, 곤로로 밥을 짓고, 연탄 가스에 중독되는 사건으로 그때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아련한 추억과 향수를, 태어나지 않아 몰랐을 청춘들에게는 신선한 재미와 호기심을 자극한다. 남편 찾기가 시리즈 전체를 엮어나갈 기둥이긴 하지만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에만 집중할 수 없는 이유는 많다./ purplish@osen.co.kr
[사진]'응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