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연기파 선배와 남자 핫스타 후배는 역시 '꿀조합'이다. 이 조합은 동년배 남자 청춘스타 커플, 묵직한 연기파 배우들의 조우보다 일면 더 호기심을 자아낸다. 한 발 나아가서는 뜨거운 톱스타 남녀배우의 만남보다도 궁금할 때가 있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그림'임과 동시에 간절히 보고싶은 조합이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이런 두 남자의 조합은 대부분 흥행에 성공했던 바다.
요즘 이 공식을 다시금 입증시키는 이들은 김윤석과 강동원이다. 이들이 주연을 맡은 영화 '검은 사제들'은 예상보다 더 큰 돌풍으로 박스오피스 1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검은 사제들'은 월요일이었던 9일 하루 동안 전국 18만 7772명(영진위)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1위를 지켰다. 누적관객수는 개봉 5일 만에 179만 2508명. 이런 추세라면 주중 200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악령이라는, 한국영화에서는 쉬이 볼 수 없는 진기한 소재에 '엑소시스트'류의 영화를 보기 무서워하는 관객들에게 '검은 사제들'이 과연 얼마나 통할 수 있을 지 기대 반 우려 반이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다. 소재의 신선함도 큰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두 배우의 조합이 흥행에 큰 몫을 한다는 분석이다.
두 배우의 시너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들은 이미 2009년 영화 '전우치'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며 판타지 이색 소재의 한계를 넘고 성공적인 흥행을 보인 바 있다. 당시에는 요괴와 퇴마사, 이번에는 신부. 쉬운 접근이 가능한 캐릭터가 아님에도 믿고 보는 배우, 보고 싶은 배우의 조합은 관객들을 스크린으로 이끌었다.
강동원은 선배 송강호와도 이런 흥행 공식을 입증했던 바다. 지난 2010년 개봉한 '의형제'는 송강호, 강동원이 주연을 맡아 5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다.
충무로 대표 배우인 송강호와 비현실적 미남 강동원의 만남은 머릿 속에서 '딱'하고 그려지는 종류의 그림이 아니었지만 결과물은 기대 이상. 서로가 갖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보완 작용이 돋보였다. 강동원은 송강호와도 연기할 수 있는 연기 잘 하는 배우란 인식을 심어줬고, 어떤 캐릭터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송강호는 자기만의 연기 세계를 넘고 의외의 스타와의 조합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다시금 배우로서의 신뢰감을 쌓았다.
특히 강동원은 '전우치'에서는 화담 역을 연기한 김윤석의 내공을 직접 몸으로 받으면서, ‘의형제’에서는 생활형 연기의 달인인 송강호와 반대되는 캐릭터로 대립각을 이루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갔다.
강동원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베테랑 연기파 배우들과의 작업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워낙 잘 하시고 후배들도 잘 이끌어 주신다. 자신감도 많이 심어주신다. 김윤석 선배과 송강호 선배님 모두 '잘 하고 있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자신감을 많이 심어 주셔서 많은 힘이 됐다"고 전했던 바다.
김윤석과 유아인도 있다. 2011년 개봉한 '완득이'에서 카리스마 마초 김윤석은 반항아 기질의 소년 유아인을 만나 53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완득이'는 배우와 캐릭터의 완벽한 일치로 가장 효과적인 캐스팅을 보여줬는데, 거침없는 '꼴통' 선생님으로 분한 김윤석과 세상에서 소외당한 마이너 기질의 소년 유아인은 멜로드라마의 남녀 주인공들처럼 쫄깃한 밀당을 보여줬다. '톰과 제리'를 극화한다면 이런 구성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이런 유아인은 최근 황정민과 만나 연기의 '베테랑' 면모를 선보였다, 이들이 호흡을 맞춘 '베테랑'은 무려 1300만여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물고 물리지만 새로운 캐릭터를 입으면 또 달라지는 배우 조합들의 여러 경우의 수도 관객들에게는 큰 보는 즐거움이 될 듯 하다. / nyc@osen.co.kr
[사진] '검은 사제들', '완득이' 스틸,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