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회담’이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거론 되고 있는 ‘수저론’을 꺼내 들었다. 얼마 전 취업으로 고민하고 있는 청춘을 위로했던 ‘비정상회담’이 이번에는 답답한 환경에 대한 자괴감을 표현한 ‘흙수저’ 토론으로 청춘을 품었다.
지난 9일 방송된 JTBC ‘비정상회담’에서는 ‘흙수저는 금수저를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라는 안건으로 패널들과 게스트 황치열이 토론을 나누는 내용이 전파를 탔다. 이날 주제부터가 씁쓸함을 자아냈다. 양극화 사회에서 흙수저가 다수인 건 사실이지만 흙수저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금수저 앞에서 흙수저가 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토론의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했다.
하지만 황치열의 한 마디가 울림이 있었다. 황치열은 ‘수저론’에 대해 “부모님을 수저로 표현하기 죄송스러워서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중간쯤인 것 같다. 평범했다”고 털어놓았다. 여유롭게 살고 있지는 않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수저에 빗대 표현하는 상황이 불편하다고 솔직하고 밝힌 것이 다시 한 번 ‘수저론’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줬다.
양극화된 사회에 대한 청년들의 체념을 보여주는 현상인 ‘수저론’에 대한 본격적인 토론이 시작됐고 G들과 MC, 게스트는 평소보다 무거운 마음으로 토론을 진행했다. 다니엘은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을 믿긴 하지만 그런 시절이 지났다고 생각한다. 학자금, 전세대출 등 금전적 압박에 시달리는데 청년들에게 현실의 벽은 높다”고 말했다.
안드레아스는 “현실을 바꿀 수 없으면 현실을 보는 눈을 바꿔라. 현실을 이겨낼 수 없다고 생각하면 무기력해질 수도 있고 자포자기에 빠질 수도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긍정적인 발언을 했다. 카를로스는 브라질의 속담을 언급하며 “금수저는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가고 흙수저는 계단으로 올라간다는 말이 있다”며 같은 목표라도 과정에서 생기는 차이는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타일러는 “자본주의적으로 세계가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돈이 돈을 낳기 때문에 큰 규모에서 부의 재분배가 되지 않으면 노력으로 어느 정도 격차를 줄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치열은 달랐다. 황치열은 “처음에 올라올 때 20만 원 들고 왔다. 확실히 좋은 집안의 아이들이 자신감이 있더라. 나는 거기서 좌절하면 큰 자죄감이 든다”고 했다. 누구나 느끼고 있는 점이었다. 그러나 황치열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 시련이 없으면 삶에 무슨 재미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다. 나는 금수저가 얻을 수 없는 행복을 얻을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씁쓸하기도 하고 희망적이기도 한 상황에서 다니엘이 전한 한 고려대 학생이 쓴 글은 ‘수저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니엘은 “우리 부모님들이 흙수저라는 말을 알게 되면 본인이 자식에게 흙수저를 준 건 아닌지 생각할까봐 두렵다. 나는 부모님께 좋은 흙을 받았다. 내가 깊게 뿌리 내리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좋은 흙을 받았다. 정작 자신은 나에게 해준 게 없다고 하지만 부모님의 존재로 나는 오늘도 성장한다. 큰 나무가 돼야겠다. 부모님이 쉴 수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 아주 좋은 흙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하며 희망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황치열은 “태어나서 아버지에게 용돈을 딱 한 번 받아봤다. 5만 원권이 나왔을 때 기념으로 엄마와 나에게 용돈을 주셨다. 금수저, 흙수저를 떠나서 부모님께서 고생해서 번 돈이라는 걸 사회에 나와 보면 알지 않나”라며 잠시나마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kangsj@osen.co.kr
[사진] JTBC ‘비정상회담’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