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자들’, 덕후님들! 더 이상 방구석에 숨지 말고 나오세요[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5.11.10 13: 38

] ‘덕후’(마니아)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보통 사람들은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덕후를 바라보며 철이 없다며 혀를 끌끌 찬다.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운 덕후들은 좋아도 관심 없는 척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다. ‘머글’(보통 인간)로 살겠다는 것.
하지만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취미에 탐닉하던 음침한 덕후는 옛날 얘기가 됐다.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사람들 앞으로 나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자랑해야 할 때다.
연출을 맡은 이지선 PD는 10일 서울 상암동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덕후들과 얘기를 많이 나눴다.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들은 자신의 길을 깊이 파고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지, 화려하게 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더라. 그 분들의 형태가 그랬기 때문에 고전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MC들과 얘기를 하는 흐름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프로그램의 방향성을 얘기했다.

이날 조희진 CP, 이지선 PD, 허항PD 등이 한자리에 모여 ‘능력자들’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띠고 방송하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어 이 PD는 “일반인들이 출연을 해서 예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많은데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해달라”로 기대를 높였다.
앞서 방송됐던 ‘화성인 바이러스’와 비슷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 예전에는 덕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있었지만 지금은 인재감이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지식쇼나 정보쇼에 가까운 프로그램”이라며 “시청자들이 ‘저렇게 막힘없이 다 아는 사람이 있어?’라는 식으로 볼 것 같다. ‘화성인 바이러스’와는 웃음 포인트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이어 “덕후가 학위 없는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사회의 현상을 읽었다. 가령 ‘무한도전’에 아이유 덕후 유재환 씨를 보고 한 가지를 보면 저렇게 성공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은 생각에서 생각한 웃긴 프로젝트”라고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소위 ‘덕밍아웃 토크쇼’로 숨어있는 덕밍아웃을 세상 앞에 불러내는 방식이다. 이에 “1회 녹화만 진행됐지만, 덕후를 섭외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라며 “일단 덕후라는 애호가를 넘어서 경지에 이른 분들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다. 맨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공감이 가고 놀랄만한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시선을 끌 수 있는 덕후들을 찾을 예정이고, 이후에는 연예인 덕후라든지 어느 특정 분야의 덕후로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처음에는 저런 덕후가 있구나 인식을 심어줄 계획”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남의 시선에 상관없이 순수하게, 의지 있게 좋아하는 사람을 부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능력자들’은 잠자고 있던 덕심(心)을 일깨워 새로운 ‘덕후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향 존중 프로그램. 지난 9월 29일 추석특집으로 파일럿 편성됐고, 방송 이후 신선하다는 호평을 얻어 금요일 오후 10시로 정규 편성됐다. 안방극장을 떠난 ‘세바퀴’ 후속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세상은 넓고 덕후는 많다’라는 콘셉트로, 우리 주변 숨은 능력자들을 찾아 그들의 능력을 공개하고, 현대인의 취미생활을 장려하는 구성이다. 앞서 추석특집 방송 당시, 치킨덕후 사극덕후 오드리햅번 덕후 등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항 덕후가 소개됐었다.
첫 회에서는 스튜디오를 초토화 시킨 반도의 ‘아이돌 열대어 덕후’, 포인트만 78만의 ‘편의점 덕후’, 기상천외한 ‘버스 덕후’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김구라와 정형돈이 진행을 맡은 ‘능력자들’은 오는 13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평일 오후 9시30분부터 방송됐던 ‘리얼 스토리 눈’은 가을 개편을 주 4회로 변경됐다.
두 MC의 진행 케미스트리에 대해 제작진은 “두 분이 오랜만에 만나서 초반에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덕후들이 나와서 주제와 관련된 토크를 할 때는 어색함이 없어지면서 케미가 좋아졌다”고 기대를 높였다. /purplish@osen.co.kr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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