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요, 저희도 덕후가 아니잖아요.(웃음) 덕후들을 만나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그 분들이 양지로 나오길 많이 꺼려하세요. 근데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분야를 터놓고 얘기하고 싶어 한다는 거죠. 공부를 해서 알고 있는 사람과 덕후는 확실히 달라요. 왠지 ‘느낌적인 느낌’이 있거든요.(웃음) 남이 어떻게 보든 상관없이 순수하게, 의지 있게 좋아하는 사람들이죠.”
MBC 새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의 연출을 맡은 이지선 PD는 10일 서울 상암동 한 식당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덕후가 학위 없는 전문가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사회의 현상을 읽은 것도 있고 ‘무도’에서 아이유 덕후 유재환씨를 보고 ‘한가지를 저렇게 좋아하면 성공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작은 생각에서 생각한 웃긴 프로젝트”라고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우리 사회에서 ‘덕후’(마니아)를 대하는 사람들의 시선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보통 사람들은 한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덕후를 바라보며 철이 없다고 생각한다. 낙인이 찍히는 게 두려운 그들은 좋아도 관심 없는 척 ‘일코’(일반인 코스프레)를 한다. ‘머글’(보통 인간)로 살겠다는 것.
제작진도 그들을 양지로 끌어내는 게 어렵다고 했다. “분명 나오기로 해놓고 갑자기 문자로 ‘못 나가겠다’고 할 때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 취미에 탐닉하던 음침한 덕후는 옛날 얘기가 됐다. 이제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신 있게 사람들 앞으로 나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자랑해야 할 때다.
이 PD는 이어 “현재가지 1회 녹화만 진행했는데 덕후를 섭외하는 게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 애호가를 넘어서 경지에 이른 분들을 찾아내는 게 관건”이라며 “맨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공감을 하고 놀라움을 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게 중요하다. 시선을 끌 수 있는 덕후들을 찾을 예정인데 이후에는 연예인 덕후로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사람들에게 덕후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계획이라고 했다.
제작진이 내린 덕후의 정의는 순수함. 기본적으로 어떤 분야를 미치게 좋아해야 하는 것이다. “어떤 게 덕후일까 기준은 감의 문제다. 많이 미팅을 하면서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많이 만나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 PD는 “일반인들이 출연을 해서 예열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동시간대 경쟁 프로그램이 많은데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해달라”로 기대를 높였다.
‘능력자들’은 잠자고 있던 덕심(心)을 일깨워 새로운 ‘덕후 문화’를 만들겠다는 취향 존중 프로그램. 지난 9월 29일 추석특집으로 파일럿 편성됐고, 방송 이후 신선하다는 호평을 얻어 정규 편성됐다. 안방극장을 떠난 ‘세바퀴’ 후속으로 당당히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소위 ‘덕밍아웃 토크쇼’로 숨어있는 덕후를 세상 앞에 불러내는 방식이다.
앞서 추석특집 방송 당시, 치킨덕후 사극덕후 오드리햅번 덕후 등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항 덕후가 소개됐었다. 첫 회에서는 스튜디오를 초토화 시킨 반도의 ‘아이돌 열대어 덕후’, 포인트만 78만의 ‘편의점 덕후’, 기상천외한 ‘버스 덕후’ 등이 출연할 예정이다.
김구라와 정형돈이 진행을 맡은 ‘능력자들’은 오는 13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된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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