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4인조 여성그룹 브라운아이드걸스의 행보는 쉽지 않다. 강한 콘셉트, 이른바 '센 언니' 캐릭터로 설명되곤 하는 이들인데, 음악적으로도 쉬운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멤버 가인이 솔로 음반을 통해 금기를 건드리고, 독보적인 19금 콘서트를 소화하는 것과 별개로, 브아걸은 매번 새로운 시도로 음악 팬들을 놀라게 하는 팀이다.
본질에 대한 탐구를 담은 이번 6집 음반 '베이직(BASIC)'은 과학과 음악을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한층 더 신선하다. 잘못하면 난해할 수도 있는 주제를 가지고 참 브아걸답게 풀어냈다. '브아걸의 기본이 무엇일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한 이번 음반은 세상의 본질로 확장, 본질에 관련된 과학적, 철학적 키워드를 테마로 10곡을 담았다. 타이틀곡 '신세계'부터 '웜홀(Warm Hole)', '신의 입자', '주사위 놀이', '프랙탈(Fractal)' 등 다양한 테마의 곡을 브아걸스럽게 표현했다.
본질이라는 주제와 암호 같은 방정식을 차용하는 방식 등은 쉽게 내세울 수 있는 콘셉트가 아니다. 어려운 주제 자체를 대중가요로 푸는 것도 힘들뿐만 아니라 콘셉트를 소화하기도 힘들다. 브아걸은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부터 '식스센스(Sixth Sense)' 등 그동안 여러 차례 그들만의 색깔을 담은 음악을 해왔기 때문에 이런 도전이 낯설지 않다.
브아걸은 컴백을 앞두고 진행된 뮤직토크에서 "이번 음반 콘셉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어려웠다. 음악을 하는데 이렇게 학문적인 것까지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어차피 도전할 거 우리가 아니면 누가 하나라는 생각을 했다. 걸그룹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팀이 누가 있을까 생각하면서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좋은 경험의 시간이 된 것 같다"라며 "우리도 굉장히 난해했지만, 살아가면서 한 번은 생각해봐야할 것 같았다. 다시 한 번 심도 깊게 생각해봤던 것 같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브아걸의 도전이 의미 있는 것은 단순히 음원차트 성적에 대한 것이 아니다. 사실 브아걸의 콘셉트 자체는 대중의 호불호가 갈릴 위험이 있다. 하지만 브아걸은 그들 음악이 갖는 정체성이나 음악적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끊임없이 도전해왔기에 매번 새로운 모습이 더 환영받는다. 또 많은 아이돌의 홍수 속에서 완성도 높은 음악으로 채운 정규음반을 완성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본질을 탐구한 이번 음반은 인문과학계에서도 반응이 뜨겁다. 팟캐스트 사회 및 문화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하 지대넓얕)'은 '대중음악 속 과학'이라는 주제로 브아걸의 음악을 집중 탐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흔해 빠진 사랑 노래다 싶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게 아니었다. '본질에 다가가기 위한 여정을 그렸지만 결국 실체는 없다'는 이야기를 담음 음반이다. 철학적 내용들이 담긴 한 편의 시였다"라고 평가했다.
확실한 콘셉트와 확고한 방향성, 그리고 계속되는 도전이 바로 아이돌이 중심을 이루고 있는 가요계에서 브아걸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가치다. /seon@osen.co.kr
[사진]에이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