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KBS 연기대상, 잘나가서 문제vs주춤해서 문제[시상식 커밍순③]
OSEN 권지영 기자
발행 2015.11.11 13: 40

연말이 다가왔다. 각 방송사는 한해동안 사랑받았던 드라마를 돌아보고 배우들과 제작진의 공로를 치하하는 풍성한 잔치를 연다. 각 방송사의 1년 농사 결과물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이 자리는 시청자가 함께 하는 축제로서 각 방송사의 자존심이 걸려있기도 한데, 시청자를 수긍하게 할 대상 수상자가 과연 누구일지는 매년 최대의 관심사로 꼽히고 있다. 
특히 2015년 드라마 농사를 잘 지은 SBS는 상을 줄 사람이 너무 많아 문제,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한 KBS는 상을 줄 사람이 너무 없어 문제다. 올한해 인기 드라마를 수 편 배출해낸 SBS는 대상 후보가 차고 넘치는 반면 KBS는 대상 트로피를 누구의 손에 안길지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SBS는 2015년 주중 드라마 가운데 유일하게 시청률 20%대 벽을 넘어선 '용팔이'로 드라마 왕국의 위세를 떨쳤다. 그 인기 바통은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고스란히 잇고 있다. 반면 KBS는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모두 고전했기 때문에, 어떤 드라마의 누가 대상을 받을지 궁금증을 높인다. KBS 연기대상은 3사 연기대상 가운데 가장 공정한 시상식으로 방송 연기대상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을 얻고 있는데, 유동근(2014), 김혜수(2013), 김남주(2012) 등을 이어 시청자를 수긍하게 할 2015년의 주인공이 누구일지 아직 가늠조차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SBS, 용팔이 나르샤  
'KBS의 아들'로 불리던 주원은 SBS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수목드라마에서 시청률 20%대를 돌파한 주원의 저력은 각종 논란 사이에서도 단연 빛났던 것. 주원은 '용팔이'의 다소 허술한 전개와 분노를 유발하는 악역 캐릭터들로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던 '용팔이'에서 초반부터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보여주며 마지막까지 극의 중심을 잡았다.
이 같은 인기는 현재 방송되는 '육룡이 나르샤'가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연기 본좌'로 불리는 김명민이 매회 치열한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고, 영화 '베테랑', '사도'의 연이은 성공 이후 '육룡이 나르샤'에서 보인 연기 변신으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유아인의 인기도 뜨겁다. 
상반기에도 SBS 드라마의 힘은 강력했다. '펀치', '풍문으로 들었소' 등 월화드라마는 현실을 비튼 풍자와 블랙코미디로 화제를 모은 것. '펀치'는 '추적자', '황금의 제국'을 집필한 박경수 작가가 만든 권력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남자가 죽기 전 가족을 지키기 위해 거악과 싸우는 과정을 지독히도 현실적으로 담았는데 시한부 검사로 분한 김래원과 정겹고 귀여운 악당 조재현, 박혁권 등의 열연이 호평을 끌어내 '마약드라마'로 불렸다. 
'풍문으로 들었소'는 실력파 배우들은 물론, 연극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들이 출연해 보는 맛을 살렸다. 누구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각자의 역할에서 맡은 바 최선을 다했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 특히 주연을 맡은 유준상, 유호정, 고아성, 이준과 임팩트있는 조연이었던 장현성, 백지연, 길혜은 등은 극의 중심에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몰입감을 더했다. 
재벌이 사랑을 하는 이야기를 다룬 '상류사회'는 젊은 연기자를 대거 배출했다. 성준, 유이, 박형식, 임지연 등 드라마의 핵심 이야기를 책임진 젊은 배우의 활약이 매회 화제를 불러모았다. 여성 파워도 있었다. 김희애의 원톱드라마였던 '미세스캅'은 시원한 활약을 펼치는 그가 '갓희애'라는 별명을 얻으며 인기를 입증했다. 
시청률은 낮지만 화제성은 최고인  드라마 '애인있어요'의 존재감도 무섭다.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는 8%대의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화제성만큼은 주말 드라마 중 단연 최고다. 최근 야구 중계로 인해 결방 소식을 알리자 마자 분노한 시청자들의 댓글이 순식간에 일만개가 달릴 정도로 뜨거운 화력을 입증했다. 
#KBS, 부탁해요 프로듀사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이례적으로 가족드라마라는 장르를 평일에 배치해 역으로 신선함을 안겼다. 특히 연기파 '어벤져스'라 해도 괜찮을 정도로 '믿고 보는' 연기자들이 총출동해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오랜만에 지상파 드라마로 돌아온 김혜자부터 장미희, 채시라, 도지원, 이하나, 서이숙, 김혜은, 이미도, 이순재, 손창민, 박혁권, 김지석, 송재림 등의 배우들은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세계 속에서 각각 자신들만의 색깔을 드러냈다. 이 드라마는 수목극 1위로 퇴장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현재 방송되고 있는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는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큰 사랑을 받은 주말극 '가족끼리 왜 이래'와 같은 화제성을 띄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사랑받는 KBS 주말극의 체면을 지키고 있다. 36부작 수목극 '객주'도 폐문한 천가객주의 후계자 천봉삼이 시장의 여리꾼으로 시작해서 상단의 행수·대객주, 마침내 거상이 되는 성공 스토리를 그려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 '추노'의 대성공으로 '대길이' 이미지가 있는 장혁이 또 다른 사극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하고, 유오성, 김민정, 한채아, 이덕화 등 쟁쟁한 배우들의 열연이 몰입도를 높이는 이 드라마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수목극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안방극장을 찾은 정재영은 '어셈블리'를 통해 주목받았다. 영화 주연만 27편, 총 출연작 38편에 달하는 충무로 대표 배우 정재영은 '어셈블리' 첫 방송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는 흡인력 있는 연기로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바 있지만, 저조한 시청률로 아쉬움을 남겼다.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높은 화제성을 보인 드라마는 '후아유-학교2015'다. 이 드라마는 지난 4월 닐슨코리아 전국기준 시청률 3.8% 시청률로 출발했지만, 매회 시청률 상승 곡선을 그려내며 지난 14회 방송분이 8.1%를 기록했다. '후아유'는 동시간대 방송되는 드라마 가운데 꼴찌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화제성 면에서는 단연 뜨거웠다. '후아유'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 위에서 미스터리와 첫사랑에 초점을 맞춘 변주를 보이며 남주혁, 김소현, 육성재 등 신인 배우들을 대거 배출해냈다. 
배우 지창욱도 '힐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정치나 사회정의 따위는 상관없이 살아가던 젊은이들이 이들의 부모세대가 물려준 세상과 맞짱 뜨면서 자신과 세상을 치유해가는 통쾌하고 발칙한 열혈로맨스를 그려낸 '힐러'는 지창욱을 대세 배우 반열에 올렸고, 박민영을 호감형 배우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최고 시청률 10.3%를 기록하면서 월화극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여기에 복병도 있다. '프로듀사'가 KBS 연기대상의 후보로 이름을 올린다면 분위기 자체가 달라진다. 예능국에서 만든 예능드라마 '프로듀사'는 연말에 연예대상 시상식에 설지, 연기대상 시상식에 설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프로듀사'가 연기대상으로 올 경우, 차태현 공효진 김수현 등 톱배우들이 총출동하는 새로운 그림이 펼쳐진다./jykwon@osen.co.kr
[사진]SBS-K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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