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를 좋은 아이로 만들려면, 본인부터 좋은 부모가 돼야 한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행동과 가르침에 따라 아이들의 도덕성과 인성이 결정되는데, 욕망에 가득 차 순수한 아이들을 조종하는 '발칙하게 고고'의 부모들은 자신이 정해놓은 길 위에 아이를 세워놓고 벼랑 끝까지 등을 떠미는 아슬아슬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악인에게 철저히 벌을 주던 '학교' 시리즈는 이번엔 부모들에게 그 책임을 물었다. 18살 세빛고 아이들의 꿈과 열정, 이들의 고민을 그려내며 응원을 전한 '발칙하게 고고'는 아이들을 키우는 비상식적인 어른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줘 시청자를 돌아보게 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KBS 2TV 월화드라마 '발칙하게 고고' 마지막회에서는 치어리딩 대회에 출전한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수아(채수빈 분)의 스펙몰아주기 의혹으로 치어리딩부는 해산됐다. 리얼킹과 백호 아이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는 데로 한곳에 몰아넣었던 어른들은 이해관계가 변하자 이들을 다시 모이지 못하게 한 것. 치어리딩부 안에서 진정한 우정의 맛을 느껴가던 아이들은 지역대회 코앞에서 날개가 꺾이자 또 한 번 슬퍼했다. 아이들은 입을 모아 "열여덟이 힘들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른들은 바뀌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견고한 위치에 흠결이 생길까 조급했을 뿐.
이에 아이들은 오늘의 행복을 위해 용기를 냈고, 이들을 지지해주던 일부 어른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꼴찌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성적지상주의 세빛고에서는 볼 수 없는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는 웃음으로 마지막을 장식했다. 모두가 경쟁자였던 학교에 피어난 우정이라는 꽃은 아이들을 기대 이상으로 단단하게 붙잡았고, 아이들은 피하고 싶던, 움츠려졌던 부모들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소통하는 모습으로 해피엔딩을 완성했다.
특히 아이의 인생을 설계하고, 고가의 선물과 참을 수 없는 모욕으로 아이를 조련하는 수아 엄마, 자신이 정해놓은 기준치에 도달하지 못하는 아이를 폭력으로 짓밟는 하준(지수 분) 아빠,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르고 노력조차 하지 않아 대화가 단절된 열(이원근 분) 아빠, 아이의 미래를 위해 거짓말을 조장하는 재영(정해나 분) 엄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아이들을 이용하는 교장 경란(박해미 분), 또 아이들이 용기를 내 선 치어리딩 무대에 "스펙 쌓으러 나왔나 보다"고 수군대며 이들을 색안경을 낀 채 바라보는 수많은 어른의 모습은 극적 갈등을 위해 설정된 장치임에도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를 몰입하게 했다.
내 아이가 잘되라고 하는 말인지, 본인의 욕심인지 모를 이들 부모의 행동은 아이들을 끝없이 몰아붙이며 자해와 자살 시도라는 위험천만한 일을 벌이게까지 만들었는데, 이처럼 세빛고 안에서 벌어지는 잔혹한 일들은 어른들의 그릇된 욕망이 아이들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며 아이들과 부모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라는 세 마디만 잘해도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란다는 가장 간단하고 소중한 팁을 전한 연두(정은지 분) 엄마의 말처럼, 상처받은 아이들은 개과천선의 기미를 보이는 부모들과 조금씩 달라지는 관계를 보여 세빛고 아이들의 행복한 앞날을 기대하게 했다. 아픈 아이들은 "아무리 부모라도 자식을 학대할 권리는 없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전했다. '발칙하게 고고'를 지켜본 10대 청소년 시청층과 이들과 함께 드라마를 본 40대 부모 시청층 가슴에 강렬한 울림이 남았을 것으로 보인다. /jykwon@osen.co.kr
[사진]'발칙하게 고고'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