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화려한 유혹’은 잠깐만 등장해도 시선을 빼앗는 악역이 있다. 바로 이 작품 출연 전까지는 선하고 부드러운 매력의 대표 주자였던 배우 김호진이 주인공이다. 어찌나 평온한 얼굴로 독설과 섬뜩한 계략을 꾸미는지 매번 소름이 끼칠 정도. 몇 장면 나오지 않아도 ‘미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김호진이 안방극장을 놀라게 하고 있다.
김호진은 현재 MBC 월화드라마 ‘화려한 유혹’에서 삐뚤어진 사랑 때문에 아버지인 권수명(김창완 분)에게도 섬뜩한 협박을 하는 권무혁을 연기하고 있다. 강일주(차예련 분)에 대한 사랑과 집착 때문에 일주가 사랑하는 진형우(주상욱 분)를 살해하려고 했고, 광기 어린 악랄함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 모두 일주에 대한 그릇된 사랑으로 비롯된 일들이다.
김호진은 이 드라마에서 초반 선량한 순정파인 듯 보였지만, 형우와 일주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돌변하는 무혁으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그동안의 작품 속 주로 착하고 부드러운 남자였던 김호진의 180도 달라진 모습은 워낙 무서운 악행을 많이 저지르는 무혁과 맞물리며 시선을 빼앗고 있다.
지난 10일 방송된 12회도 일주에게 이혼을 당할 위기에 처하자 수명에게 서슴 없이 막말을 내뱉는 무혁의 이야기가 펼쳐졌다. 일주에 대한 집착에 가까운 사랑을 표현하며 일주의 아버지이자 수명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강석현(정진영 분)에게 모든 진실을 말하겠다고 협박했다. 보통 악역이 가족을 끔찍하게 여기는 것과 달리 무혁은 사랑에 미쳐 자신의 아버지도 버릴 수 있는 냉혹한 면모를 드러내는 중이다.
다행히 미수로 그쳤지만 청부 살인에 대해 전혀 죄책감이 없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분노하게 했다. 무혁이 무서운 것은 다른 목적이 있어 죄를 짓는 게 아니라 오롯이 일주에 대한 일차원적인 사랑 때문에 이성을 잃고 폭주하고 있기 때문. 그를 멈출 수 있는 브레이크가 오직 일주의 사랑이라는 점이 남은 ‘화려한 유혹’의 긴장감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호진은 드라마에서 많지 않은 분량에도 나올 때마다 흡인력 높은 연기를 보여주는 중. 표정이 시시각각 변하고, 표독스러운 속내를 숨기지 않는 넘치는 무혁의 자신감은 시청자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 데뷔 후 가장 강렬한 악역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김호진. 악역이라는 반전 카드가 모두 공개된 후에도 등장하는 장면마다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며, 어느새 ‘드라마를 지배하는 자’로 손꼽히고 있다.
'화려한 유혹'은 범접할 수 없는 상위 1% 상류사회에 본의 아니게 진입한 여자가 일으키는 파장을 다룬 드라마다. / jmpyo@osen.co.kr
[사진] ‘화려한 유혹’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