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드 황제'라고 발라드만 부르라는 법은 없다.
가수 신승훈이 한 번에 두 가지 재미를 주고 있다. 애틋한 감성이 묻어나는 신승훈표 발라드부터 달달한 힙합 러브송까지. 감성 발라더로 대표되는 신승훈이기에 힙합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또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으로 바꿔놓는 그야말로 '황제'였다.
신승훈은 지난달 9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11집 '아이엠 앤 아이엠(I am...& I am)'의 파트1 발표를 시작으로, 지난 10일 파트2를 발표하며 음반을 완성시켰다. 그는 이번 음반을 통해 지난 25년간 보여준 음악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미래의 신승훈'을 예고했다.
이렇게 신승훈처럼 다양한 음악을, 잘하는 사람도 드물다. 그에 대해 작곡가 김형석은 "신승훈이 나보다 음악을 다섯 배 많이 들었다고? 쳇. 웃기지 마. 그 인간 곡 쓴 거 들어보면 열 배는 많이 듣고 연구했을 걸? 아주 안 써본 장르가 없고 안 좋은 곡이 없어 .나도 음악 많이 듣고 곡 열심히 써야겠다. 그래야 승훈 씨처럼 오래 오래 좋은 음악 하지"라고 말했을 정도다.
파트1에는 지금까지 신승훈이 들려줬던, 데뷔 후 10집까지의 시즌1 음악인생을 담아냈고, 파트2를 통해 11집부터 이어질 음악인생 시즌2인 새로운 스타일의 곡을 들려줬다.
# 파트1. 신승훈표 발라드의 정석
정규11집 파트1의 타이틀곡 '이게 나예요'는 신승훈표 발라드의 정석이다. 애틋한 감성이며 슬픔이 묻어나는 보컬, 그리고 애잔한 멜로디까지 딱 신승훈의 노래다. 이 곡은 신승훈이 13년 만에 가사 작업에 참여한 곡으로, '미소 속에 비친 그대', '보이지 않는 사랑' 등에서 보여준 신승훈 특유의 감성적 가사가 인상적이다.
신승훈 발라드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진한 호소력과 담백함, 절제의 미를 모두 갖춘 곡. 지난 25년 그의 음악 인생을 압축시켜 놓은 곡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신승훈의 감성을 살려낸 정중한 가사와 특유의 음색이 대표 발라드 가수로서 신승훈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곡이기도 하다.
타이틀이 신승훈표 발라드였다면, 김고은과 함께 부른 곡 '해, 달, 별 그리고 우리'는 기타와 피아노, 플루트가 어우러진 감성적인 노랫말이 인상적인 고백송이다. 더불어 신승훈의 새로운 창법을 느낄 수 있는 재즈곡과 힐링송 등 그의 폭넓은 음악세계를 펼쳐냈다.
# 파트2. 발라드 황제에게 힙합이란?
파트2의 타이틀곡인 '마요'는 멜로우 힙합 장르의 감미롭고 달콤한 러브송이다. 대세 래퍼 빈지노가 피처링을 맡은 이 곡은 멜로우 힙합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신승훈의 변화된 창법과 빈지노의 저음 랩이 인상적인 곡. 달콤하고 로맨틱한 곡으로 앞서 발표한 '이게 나예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다.
사실 신승훈표 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낯선 시도일 수 있지만, 신승훈은 이 낯선 시도마저 그답게 감미롭게 소화해냈다. 신승훈과 힙합이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섣부른 판단을 단번에 접게 만들 정도로 '마요'는 새로우면서도 신승훈표 감성을 녹아낸 곡이다.
'마요'를 시작으로 신승훈의 음악적 도전과 방향성을 담은 힐링송 등 다채로운 장르의 음악을 담아내 폭넓은 음악관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발라드 황제라고 발라드만 고집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음악적 시도를 하는 신승훈이기에 더욱 '황제'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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