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노민과 김명민은 최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독대 장면에서 무려 13페이지의 긴 대사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NG도 나지 않았다고 해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달 27일 방송된 8회에서 정도전(김명민 분)과 홍인방(전노민 분)은 비국사 안에서 서로를 노려보며 대화를 나눴다. 홍인방이 “어릴 때 갖고 놀던 딸랑이를 버렸을 뿐”이라고 하자 정도전 역시 “나도 딸랑이는 버렸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렇게 힘과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결국 고려에 운명을 걸고 단판 승부를 내자고 했다.
이 때 전노민과 김명민은 예전에 속내를 털어놓던 동지 사이에서 차갑게 등을 돌린 적대 관계를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서슬 퍼런 연기로 보여줘 시청자들을 긴장케 만들었다. 두 사람은 무려 13페이지나 되는 분량을 연기하면서도 단 한 차례의 NG도 없어 모든 스태프들에게 “연기에 신기(神技)가 내렸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들기 위해선 그에 따른 피나는 노력이 따른다. SBS 일산제작센터에서 만난 전노민은 그 어떤 순간에도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자신의 분량에 색연필로 체크를 해 놓은 상태였는데, 워낙 대사가 많아 대본이 빨간 색으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이에 놀라워하자 전노민은 “대사가 많긴 한데 금방 외운다”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전노민에게 대사를 외우는 일은 일상이기 때문이다. 이어 그는 “김명민과의 비국사 촬영 장면은 사실 정확히는 16페이지 반이었다. 대사를 끝내고 나니 촬영장 안이 조용하더라. 그러더니 갑자기 다들 소름 끼친다고 하더라”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김명민과 잘 맞는다. 또 둘 다 대사 NG 나는 걸 안 좋아해서 열심히 하게 된다. 물론 대본이 워낙 좋아서 대사 길이와는 상관없이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전노민만의 대사 외우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걸까. 이를 물으니 그는 “상황을 이해해야 외워진다. 왜 이런 상황이 됐는지를 알아야 대사가 나올 수 있다. 무작정 외우려고만 하면 안 된다”고 단호한 어조로 대답했다.
“나도 그렇지만 김명민도 연기 욕심이 굉장히 많고 자존심도 세다. 우리 둘 다 NG 내는 걸 싫어한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에 계속 합을 맞춰 본다. 오래 봐왔던 사이라 서로를 잘 안다. 연기라는 것이 한 사람만 잘해서는 좋은 장면이 안 나온다. 대사를 하면서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저 외워서 대사 읊는 건 누구나 다 한다. 상대 배우의 감정을 받아서 호흡을 뱉어내는 것이 연기다.”
길태미 역의 박혁권이 워낙 밝고 재미있는 성격의 소유자라 촬영 중간 중간 장난처럼 대사를 해도 NG는 잘 나지 않는 편이라고. 자신은 물론 김명민, 박혁권 모두 NG가 없다 보니 오히려 누군가가 NG를 내면 이상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매회 소름 돋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전노민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이를 조심스레 물었더니 그는 “만족은 없다”고 단호하게 대답했다. 이어 “갈수록 힘든 것 같다. 기대치가 커지면 부담은 커지지만 만족은 떨어지게 된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쉬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 겸손해했다.
“그래서 지난 번 촬영부터는 조금 더 세게 연기를 하고 있다. 아마 자연스럽게 욕이 나오실 거고 때려주고 싶으실거다. 내가 생각해도 미친놈이다 싶다. 분장팀 친구가 ‘앞으로는 안 까불겠다’고 하더라. (웃음)”/parkj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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