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에게 소박하다는 표현은 칭찬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조수향은 소박하지만 단단하게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조수향은 KBS 드라마 ‘후아유-학교2015’(이하 ‘후아유’)에서 나쁜 소녀로 주목 받았지만 연기에 대한 인정은 영화 ‘들꽃’에서 가출소녀 연기를 통해 받았다.
조수향은 ‘후아유’에서 지독한 악역을 연기했다. 시청자들에게 낯선 얼굴이었지만 흠잡을데 없는 연기력으로 악플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수향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신인배우가 아니었다. 조수향은 영화 ‘들꽃’으로 지난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의 배우상을 받았을 때는 너무 갑작스러웠고 너무 놀랐어요. 다들 흔히 말하는 믿겨지지 않고 실감이 안나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여자배우 원톱의 영화가 없어서 제가 받은 것 같아요”
조수향의 연기력을 인정받은 영화 ‘들꽃’이 2년 만에 개봉 했다. 그런만큼 조수향은 ‘들꽃’에 대한 진지한 애정을 드러냈다. 가출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들꽃’은 꽉 짜여진 이야기나 대단한 사건이 나오지 않지만 그들이 처한 현실을 담담하고 쓸쓸하게 담아낸 영화다. 조수향은 가출소녀들의 문제는 모두의 문제라고 말했다.
“가출 소녀들의 이야기라기보다 사람 사는 이야기로 생각했어요. 실제로 가출한 소녀들이 존재하고 영화 속에서 그려진 현실보다 더 어려운 현실에 처한 이들도 있죠. 집을 나와 가출한 애들이 문제고 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사회의 어두운 면은 사회를 이루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배우들을 포함해서. 그래서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 알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시는 분들이 그런 부분들을 따스하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점점 얼굴이 알려진다. 조수향도 ‘후아유’에 출연한 이후에 얼굴이 알려진 고충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가 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후아유’ 이후에 제 삶에서 큰 변화는 밖에 돌아다닐 때 화장도 조금하고 복장도 신경을 써야한다는 것. 예전에는 자유롭게 술도 마시고 노래방에서 소리도 엄청 지르고 그랬는데 이제는 편하게 술을 마시러 가는게 민망하더라고요. 배우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전에는 상상만 하던 일이 실제로 저에게 일어나니까. 내가 하는 일이 보통일은 아니구나 이런 기분을 느꼈어요”
조수향은 아직 보여드릴 것이 많은 배우다. 심은경과 함께 출연하는 영화 ‘궁합’에서는 옹주인 심은경을 13년간 보필한 깜찍하고 발랄한 궁녀로 등장한다. ‘들꽃’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어둡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연기는 ‘들꽃’에서 진지하게 했으니까 밝고 재미난 작품들을 해서 밝은 에너지를 채우고 싶어요. 그러다가 ‘들꽃’같은 작품으로 어두운 감정을 토해내고 싶어요. 저는 밝고 철없을 때도 있고 거칠고 우울한 면도 있어요. 배우로서 저의 내면에서 감정을 갖다 써야 하니까 감정을 증폭하는 면이 있어요”/pps2014@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