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톡톡] ‘육룡이’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 유아인인데
OSEN 정소영 기자
발행 2015.11.11 16: 56

“그게 나 이방원이다.”
단 한 마디로 정의됐다. 유아인은 12살 때부터 살인을 저지르고 전쟁을 겪고, 훗날에는 ‘킬방원’이라는 웃지 못 할 별명으로 불리게 되는 청년 이방원을 실감나게 그려내며 선배 배우들이 연기했던 지난날의 이방원을 지우는데 성공했다. 때로는 소년처럼 해맑게 웃다가도, 순식간에 웃음기를 지우고 미래의 철혈 군주다운 카리스마를 뽐내는 그의 모습은 안방극장을 압도하기 충분했다.
지난 10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육룡이나르샤’ 12회에서는 모진 고문 속에서도 영리함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는 이방원(유아인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홍인방(전노민 분)과 길태미(박혁권 분) 그리고 형 이방우(이승효 분) 등 주변 인물 모두가 이방원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된 반면, 정작 당사자인 이방원은 천하태평이었다.

그의 입을 열게 하기 위해 이성계(천호진 분)가 전쟁 중 전사했다는 소식을 전한 이인겸(최종원 분)은 아비가 죽었다는 충격적인 말에도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는 이방원의 모습에 경악했다. 이인겸은 “혼절한 게 아니란 말이냐 지 애비가 죽었다는데”라며 황당하다는 듯 그를 바라봤지만, 이방원은 세상모르게 잠든 채였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방원의 계획이었을까. 잠을 잔 뒤 머리가 맑아진 이방원은 본격적으로 영리한 두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그는 도와주겠다고 구슬리는 고문관을 향해 "우리 아버지가 농성 중에 그리되셨다고? 우리 아버지 이성계 장군은 150번 전투 중 단 한 번도 농성을 하신 적이 없다. 대체 가별초에 대해서 뭘 알고 있는 것이냐"며 되물었다.
이어 그는 "홍건적의 난에도 몽고가 쳐들어왔을 때도 도성을 버리고 백성을 버리고 가장 먼저 도망친 것이 고려 네 놈들의 미풍양속이다. 헌데 네놈들은 가별초가 대패한 상황에 한가롭게 나를 취조하고 있는 것이냐"라며 "넌 날 절대 굴복시킬 수 없어 내게서 단 하나도 알아갈 수 없다. 난 전쟁을 알고 넌 전쟁을 모르니까 전쟁이란 게 뭔지 알아? 전쟁이란 결국 사람을 죽이는 일이다. 난 이미 12살 때 전쟁을 시작했어. 그게 나 이방원이다"라고 말했다. 마치 ‘이방원’이라는 자신의 이름을 고유명사처럼 언급하는 그의 대사에서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이자 신조선에 대한 야심을 가진 인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방송 말미 이인겸의 첩자인줄로만 알았던 남은(진선규 분)의 정체가 밝혀지는 장면에서도 역시 ‘킬방원’의 미래가 암시됐다. 남은은 훗날 정도전과 최후를 함께하는 혁명동지로 이방원에게 죽임을 당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세 사람이 만나는 이 장면은 묘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앞서 유아인은 자신만의 이방원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것처럼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청년 이방원을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사실 해맑은 소년이면 어떠하리, 잔인한 철현 군주면 어떠하리. 결코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유아인의 연기력이라면 믿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혁명이 예고된 가운데, 정도전의 제자가 된 그가 또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육룡이 나르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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