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영한 ‘그녀는 예뻤다’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스트스러운’ 로맨틱 코미디였다. 울리고 웃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을 따르며, 안방극장을 설레고 뭉클하게 만들었던 이 드라마는 열풍이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외모보다 마음씨가 예쁜 김혜진(황정음 분)이 만들어가는 사랑 이야기는 참 흐뭇했다. 이야기는 물론이고 출연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관심이 쏟아질 정도로 대세 드라마였다.
지난 11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는 어린 시절 예뻤던 혜진이가 못 생겨지면서 외모 콤플렉스를 갖게 되고 첫 사랑 지성준(박서준 분)에게 정체를 속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다. 혜진의 미모가 아닌 내적인 아름다움을 사랑하게 된 성준과 혜진의 키다리 아저씨 같았던 김신혁(최시원 분)의 삼각관계가 달달하면서 감동적으로 담겼다.
지난 9월 16일 첫 방송을 한 이 드라마는 16부작이 방영되는 동안 뜨거운 관심의 주인공이었다. 시청률 4%대로 출발했지만, 20%를 넘보게 되는 드라마가 되며 재밌으면 본다는 드라마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경쟁 드라마의 강세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동시간대 꼴찌에서 1위로 오르기까지 ‘그녀는 예뻤다’는 숱한 온라인 화제를 뿌리고 다녔다.
“모스트스럽게”, “없지 않은 경향이 있는데”, “짹슨” 등 유행어가 생겼고, 혜진을 사랑하는 두 남자의 매력 대결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거침 없이 망가지며 혜진의 서글프면서도 매력적인 일상을 표현한 황정음의 진정성 있는 연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가 흔한 설정일 수밖에 없는데, ‘그녀는 예뻤다’는 현실과 가상을 자연스럽게 오고가며 공감과 환상 자극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혜진의 고뇌는 외모 지상주의 사회를 사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고, 그럼에도 멋있는 사랑을 쟁취하고 꿈을 이루는 이야기는 환상을 심어줬다. 무엇보다도 반전이 있는 드라마였다. 혜진과 성준 사이를 방해하던 민하리(고준희 분)라는 악역 아닌 악역이 드라마 후반이 아닌 중반에 각성하며 두 사람의 행복을 비는 빠른 전개를 보였다. 하리의 훼방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소통형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의 빠른 선택이었다.
이후에는 모스트 잡지 모회사인 그룹 회장 아들이 누구인지, 그리고 모스트 잡지에서 꼭 인터뷰를 해야 하는 소설가 텐의 정체가 누구인지를 두고 복선을 깔아두며 흥미를 높였다. 많은 이들이 신혁이 회장 아들이라고 추측하고 있는 와중에 김풍호(안세하 분)가 회장 아들이라는 반전은 충격을 선사했다. 신혁은 소설가 텐이었고, 덕분에 모스트는 경쟁 잡지를 제치고 업계 1위를 탈환하며 행복한 결말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다.
드라마가 인기 대열에 올라선 후에는 결말에 대한 비상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재밌으면서도 공감하는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조성희 작가가 ‘하이킥’ 시리즈 출신이라는 점이 비극적인 결말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결말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인해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많은 시청자들의 기우와 달리 지극히 행복한 마무리였다. 로맨틱 코미디는 안방극장의 환상을 충족시키는 장르인데, 반전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바랐던 행복한 결말로 ‘모스트스러운’ 마무리를 했다.
이 드라마는 배우들에게도 많은 것을 남겼다. 황정음은 올해 ‘킬미힐미’에 이어 ‘그녀는 예뻤다’까지 성공하며 흥행보증수표로 발돋움했고, 대중적인 인기가 높아지며 톱배우 대열에 올라섰다. 연기력을 갖춘 배우였던 박서준은 평일 남자 주인공 신고식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대세 배우가 됐고, 아이돌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던 최시원은 연기력을 인정 받으며 두터운 팬층 외에 일반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게 됐다.
한편 ‘그녀는 예뻤다’ 후속작은 정준호, 문정희 주연의 ‘달콤 살벌 패밀리’다. 오는 18일 오후 10시에 첫 방송되는 이 드라마는 집밖에선 폼 나는 조직 보스지만, 집안에서는 와이프 잔소리와 두 아이들 무시에 찬밥 신세인 서열 4위, 대한민국 고달픈 가장의 대표 얼굴, 두 얼굴의 남자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벌이는 처절한 사투를 그린다. / jmpyo@osen.co.kr
[사진] MBC 제공, ‘그녀는 예뻤다’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