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는 데뷔 후 줄곧 로맨티스트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다. 하지만 최근 방영 중인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와 전작인 ‘따뜻한 말 한마디’에서 배우자를 배신하는 역할을 연달아 소화하며 ‘국민 불륜남’이라는 꼬리표를 얻게 됐다. 이런 오명 속에서도 그에겐 비난보단 공감과 호응이 쏟아진다. 그 배경에는 섬세한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는 지진희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있기 때문일 터.
지난 11일 방송된 SBS 2부작 판타지 멜로드라마 ‘설련화’(극본 민지은, 연출 송현욱)에서도 이러한 지진희의 연기내공은 빛을 발했고, 더 이상 ‘국민 불륜남’이 아닌 애절한 사랑을 마음속에 지닌 ‘멜로킹’으로서의 면모를 마음껏 뽐냈다.
이날 지진희는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 ‘루시드 드림’을 기획해 천 년 전 사랑의 비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임회사 CEO 이수현 역을 맡았다. 그는 매일 밤 꾸는 꿈속에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진다.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생하고 긴 시간 동안 이어져 오는 사랑 이야기에 수현은 꿈속에서 만난 이를 자신의 운명의 상대라 믿게 된다. 이런 그의 앞에 어느 날 연희(이지아 분)가 나타난다.
삼촌과 함께하는 사생대회에서 그린 그림 때문에 수현의 눈에 띄어 그의 회사에 취직하게 된 연희는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 남장을 하고 회사에 출근한다. 하지만 수현은 그런 연희에게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게 되고, 이 과정에서 지진희는 까칠한 상사에서 점차 연희를 몰래 챙겨주며 다정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연희가 남장 여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자꾸만 그에게 향하는 마음에 혼란스러우면서도 어찌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
한편 연희는 수현의 예감대로 그와 같은 꿈을 꾸는 운명의 상대였고, 엇갈림 끝에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게 됐다. 지금까지 연희를 찾아 헤매며 허비했던 시간을 후회하며 수현은 “내가 너무 오래 걸렸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키스하며 영원한 사랑을 약속했다. 천 년을 거슬러 다시 만난 이들이지만 꿈속에서처럼 사랑을 방해하는 이는 현실에도 존재했다.
그건 바로 수현의 정혼자인 유라(서지혜 분)였다. 결혼을 앞두고 이별을 고한 수현을 놓아주지 않은 유라는 수현이 교통사고를 당하도록 사주했고, 연희에게 약을 탄 차를 먹여 건물 아래로 떨어뜨리려했다. 그 순간, 수현이 나타나 건물 아래로 떨어지는 연희를 구하려 몸을 던졌다. 두 사람은 함께 건물 아래로 떨어졌고, 연희는 먼저 깨어나 아직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한 수현을 기다렸다. 오랜 기다림 후 수현은 마침내 기적처럼 눈을 떴고, 이들은 결혼으로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이렇게 지진희는 한 작품 속에서 운명의 사랑을 찾아 헤매는 수현과 천 년 전에도 한 여인만을 마음에 품은 채 사랑을 지켜나가는 순수한 산백을 연기했다. 그는 과거와 다름없이 현재에도 ‘순정남’이자 진정한 ‘사랑꾼’으로 분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바로 지진희가 가진 특유의 애틋하면서도 다정한 눈빛, 감미로운 중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완벽하게 캐릭터에 몰입한 흡인력 있는 연기력이 밑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짧은 단막극마저도 명품 로맨스 드라마로 만들어버리는 지진희. 역시 그에겐 ‘멜로킹’이라는 수식어가 제격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한 시간이었다.
‘설련화’는 꿈속에서 천 년 전 사랑을 다시 만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멜로드라마로 배우 지진희, 이지아, 서지혜, 안재현, 최민 등이 출연했다. / nim0821@osen.co.kr
[사진] ‘설련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