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처럼 쏟아지는 쿡방과 먹방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수요미식회’는 독특한 존재감을 발한다. 직접 음식을 만들거나 먹지 않지만 출연진들의 맛에 대한 평가, 그리고 음식에 담긴 역사와 유래, 비하인드 스토리만으로 시청자들의 침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프로그램에서 중요한 건 노련한 화술인데, MC 신동엽은 음식에 대해 일가견을 가진 게스트와 패널들 사이에서도 변함없는 입담으로 프로그램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tvN '수요미식회‘ 42회에서는 ’빵‘을 주제로 김소희 셰프와 정홍연 셰프, 가수 박지윤이 게스트로 출연해 미식 토크를 펼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신동엽은 “빵에 대한 슬픈 추억이 있다”며 과거를 회상했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 월급날이었던 17일마다 카스텔라 빵과 흰 우유를 먹을 수 있었다. 이런 소소한 행복에 기뻐하던 그에게 어느 날 변화가 찾아왔다. 바로 늘 골목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이 모두 유치원에 가 혼자 남게 되고 만 것. 유치원에서 돌아 온 친구들이 배운 노래를 부르면서 노는데 유일하게 유치원에 가지 못한 그는 소외감을 느꼈고, 엄마를 졸라 함께 유치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돈 때문에 결국 등록을 하지 못했고, 시무룩해 있는 그에게 엄마는 아버지의 월급날도 아닌데 카스텔라와 흰 우유를 사주겠다고 말했다. 이에 신동엽은 유치원을 못 간다는 사실을 직감했고, “카스텔라는 너무 먹고 싶고, 유치원 못 가는 건 싫고. 그래서 눈물을 뚝뚝 흘리며 카스텔라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굉장히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렇게 그날의 주제 음식에 관한 에피소드로 웃음을 준 신동엽은 맛에 관해 솔직하면서도 독특한 평가를 내리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심심한 맛의 유럽 빵과 달달한 우리나라 빵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그는 유럽식 빵에 대해 “평양냉면을 먹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처음 접할 땐 심심한 맛에 낯섦을 느끼면서도 이내 그 맛에 중독되고 마는 평양냉면에 유럽식 빵을 비유한 그는 “심심한 맛이 굉장히 좋았다. 평양냉면이 중독되면 계속 먹듯이 먹다보면 중독이 되는 맛이다”라고 얘기했다. 이런 그의 탁월한 비유에 스튜디오에 자리한 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신동엽은 ‘수요미식회’에서도 전매특허인 능구렁이 같은 표정과 말솜씨로 다소 딱딱하게 이어질 수 있는 분위기를 가볍게 전환시키기도 했다. 깜빠뉴나 치아바타, 스콘 등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빵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베이글이 화두에 올랐다. 이에 전현무는 “신동엽 씨가 제일 좋아하시는 빵”이라고 설명했고, 신동엽은 “공교롭게도 빵 중에 베이글을 좋아한다”며 얼굴을 붉혔다. 이어 그는 “베이비 페이스의 글래머러스한 베이글녀가 유행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이며 너스레를 떨었다. 또한 홍대에 위치한 한 빵집에 젊은 여성 제빵사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은 그는 “가서 먹을 걸 그랬다”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어 모두를 폭소케 하기도 했다.
신동엽은 지난 14회부터 ‘수요미식회’에 새 MC로 합류했다. 평소 음식에 관심이 많고 조예도 깊은 탓에 그는 합류 당시부터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갔다. 또한 그의 등장은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매회 새로운 음식과 먹을 것을 사랑하는 출연진들의 이야기로 여타 음식 예능 프로그램과 확실한 차별화를 보이고 있는 ‘수요미식회’. 신동엽의 참신한 ‘맛드립’이 주는 색다른 재미가 인기비결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한편 ‘수요미식회’는 이름난 식당에 숨어있는 음식의 역사와 유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이야기하는 토크쇼다. 매주 수요일 오후 9시 40분 방송. / nim0821@osen.co.kr
[사진] ‘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