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이터널 선샤인’, 10년 거스른 역주행의 이유
OSEN 이소담 기자
발행 2015.11.12 10: 20

12일 박스오피스 순위를 살펴보면 개봉일이 전부 2015년으로 돼 있는 가운데 유난히 눈에 띄는 숫자가 있다. 바로 2005년 11월 10일. 영화 ‘이터널 선샤인’의 개봉일이다. 10년을 거슬러 역주행하고 있는 이 영화의 힘은 무엇일까.
‘이터널 선샤인’은 개봉 10주년을 기념해 지난 5일 재개봉했다. 이후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개봉 5일 만인 9일 오전에 이미 누적관객수 5만 8000명을 넘어서며 재개봉 영화 사상 최고 관객수를 기록했고, 개봉 2주차부터는 65개 상영관으로 확대 상영되는 등 파란을 일으킨 것. 개봉 7일째인 11일에도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다.
그야말로 재개봉 영화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관객들은 ‘이터널 선샤인’을 왜 그토록 기다렸고, 왜 그토록 다시 보고 있는 걸까.

현재 개봉한 영화 중에는 멜로 영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 관객의 발길을 끌어들인 이유 중 하나다. ‘검은 사제들’, ‘007 스펙터’, ‘그놈이다’, ‘마션’까지 5위권 내의 영화를 살펴보면 엑소시즘 심령물, 스릴러, 액션, SF 영화들이 줄을 지어있다. 멜로 장르에 고팠던 관객들이 ‘이터널 선샤인’을 찾으면서 역주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르의 특성만이 아니라도 ‘이터널 선샤인’은 멜로 영화의 명작으로 꼽힌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 봤던 사람은 10년 전 향수를 떠올리며 극장을 찾고, 아직 극장에서 보지 못한 사람은 명작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는 것.
더욱이 ‘이터널 선샤인’은 기억을 뚫고 나오는 사랑의 힘을 전달한다. 기억을 아무리 지워도 감정은 지울 수 없다는 내용. 재개봉과 묘하게 코드가 맞아 떨어진다. 어렴풋이 남아 있는 ‘이터널 선샤인’의 향수는 영화를 생생하게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아련하다. 이러한 이유로 관객들은 ‘이터널 선샤인’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터널 선샤인’은 재개봉 7일째인 11일에도 박스오피스 4위에 오르는 등 재개봉 영화로는 이례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월 재개봉은 신의 한 수가 된 듯 하다. / besodam@osen.co.kr
[사진] '이터널 선샤인'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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