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지진희와 이지아가 처음으로 멜로 호흡을 맞췄다. 천 년을 넘나드는 사랑이나 남장 여인을 사랑하게 되는 등의 이야기는 여러 콘텐츠를 통해 이미 많이 접했던 소재라 다소 식상한 감이 있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각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을 얻었다.
지난 11일 방송된 SBS 2부작 판타지 멜로 드라마 ‘설련화’는 꿈속에서 천 년 전 사랑을 다시 만나는 두 남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진희와 이지아가 남녀 주인공으로 첫 호흡을 맞췄다.
지진희는 자신의 꿈을 바탕으로 온라인 게임 ‘루시드 드림’을 기획해 천 년 전 사랑의 비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게임회사 CEO 이수현을 연기했다. 또 이지아는 남장을 하고 게임 회사에 취직한 한연희 역을 맡았다. 긴 머리카락까지 싹뚝 자른 이지아는 무난하게 남장 연기를 소화해내 눈길을 모았다.
극은 현재의 이수현(지진희 분)과 한연희(이지아 분)가 회사에서 계속 부딪히며 인연을 이어나가는 과정을 주축으로 전생 이야기가 교차 편집돼 보여졌다. 전생에서 축영대(이지아 분)는 결혼을 약속한 마문재(안재현 분)를 따라 남장을 한 채 수학을 시작했고, 마문재의 친구인 양산백(지진희 분)과도 인연을 맺었다. 사실 축영대는 이미 양산백의 마음을 사로잡은 인물. 이후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지만,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채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했다.
그렇게 천 년을 넘어 환생을 한 이수현과 한연희는 거듭된 우연과 인연으로 서로에게 이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마문재의 환생이자 이수현과 정략결혼을 하기로 한 최유라(서지혜 분)가 이들 사이를 방해했다.
지진희는 현재 출연중인 SBS ‘애인있어요’의 최진언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한 사람만을 마음에 품은 순정남 양산백과 처음엔 까칠한 듯 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지만 귀엽고 또 로맨틱하기까지 한 이수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명품 연기력을 뽐냈다. 특히 지진희는 남장여자인 축영대와 한연희에게 이끌리는 마음을 흔들리는 눈빛과 떨리는 목소리로 섬세하게 연기해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였다. 또 한연희에 대한 호감을 그저 미안한 마음이라고 부정하는 모습은 극적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
이지아의 연기 역시 주목할 만 하다. 사극 연기는 말투 때문에 다소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게임 회사에 남장을 한 채 입사한 한연희가 되어 이수현과 사사건건 부딪힐 때는 코믹 연기도 잘하는 여배우임을 확인시켰다.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풀고 양말을 벗은 채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이나 술에 취해 “나 남자라고”라며 이수현 앞에서 주사를 부리는 장면에서는 이지아의 귀여운 매력을 십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캐릭터에 녹아 드니 지진희와의 멜로 연기 역시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일 정도로 설렘 그 자체였다.
서지혜의 소름 끼치는 집착 연기도 압권이었다. 최유라는 이수현과 결혼을 하기 위해 몰불 안 가리며 집착을 보여줬다. “지금 날 사랑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결국 오빠 옆에 있을 사람은 나”라고 표독스럽게 말하거나 한연희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치고도 사과 한 마디 하지 않는 모습은 오싹할 정도였다.
다소 손발이 오글거린다는 표현을 쓸만큼 부자연스러운 장면이 보이기도 했고, 결말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평이한 이야기 전개는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배우들의 유기적인 호흡이나 캐릭터에 부합되는 연기는 상당한 재미를 느끼게 했다. 특히 방송 전만 해도 ‘어울릴까?’라는 의문을 품게 했던 지진희와 이지아의 멜로 호흡은 수요일 밤 시청자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parkjy@osen.co.kr
[사진] ‘설련화’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