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뻔했던 '007' VS 신선했던 '검은 사제들'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11.12 10: 46

야심차게 개봉한 영화 '007 스펙터'가 개봉 첫 날부터 '검은 사제들'의 높은 벽에 가로막혔다.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만큼 수많은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007 스펙터'가 '검은 사제들'의 벽을 넘지 못한 건 이제는 뻔할 대로 뻔한 '스파이 액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결과에 따르면 '007 스펙터'는 개봉 첫날이었던 지난 11일, 18만 6,716명을 동원하며 누적관객수 18만 8,317명으로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했다.
덩치 큰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물의 개봉인데다가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제임스 본드의 귀환이기에 그 어느 영화보다 개봉을 기다려왔던 작품. 하지만 단단한 팬층을 믿고 안일한 생각을 가졌던 것일까. 뻔한 스파이 액션으로 돌아온 '007 스펙터'는 신선함을 무기로 한 '검은 사제들'을 넘지 못했다.

'007 스펙터'는 과거와 연관된 암호를 추적하던 제임스 본드가 사상 최악의 조직 스펙터와 자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작품. 전작에 이어 다니엘 크레이그가 다시 제임스 본드로 돌아왔다.
제임스 본드와 스펙터의 대결을 다룬 작품인만큼 또 한 번의 강렬한 액션을 기대케 한 '007 스펙터'는 막상 뚜껑을 열자 뻔한 스파이 액션으로 채워내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007' 시리즈를 수없이 접한 관객들은 뿐만 아니라 '본' 시리즈,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 이미 스파이 액션물에는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상황. 신선함이 없다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에서 '007 스펙터'는 뻔함으로 아쉬움을 자아냈다.
올 초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이하 '킹스맨')'가 흥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같은 스파이 액션물이지만 '킹스맨'은 신선함으로 중무장했다. 여지껏 본 적 없는 색다른 스파이 액션물은 관객들을 열광케 했고 이는 곧 흥행으로 이어졌다.
'007 스펙터'를 넘어선 '검은 사제들'의 흥행도 같은 맥락이다. '검은 사제들'은 교통사고 이후 의문의 증상에 시달리는 소녀와 그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강동원, 김윤석이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충무로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카톨릭 사제들의 퇴마 의식을 다루며 개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간 충무로에선 굿을 이용한 퇴마 등이 다뤄진 적 있으나 이처럼 카톨릭 사제들의 엑소시즘은 할리우드의 전유물로만 여겨져왔던 상황.
그러나 충무로에서도 이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관객들은 덕분에 충무로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007 스펙터'가 개봉한지 하루 밖에 되지 않아 앞으로의 성적은 가늠할 수 없지만 개봉 첫날, 그것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었던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를 맞아 무릎을 꿇어야 했다는 것만으로도 굴욕으로 남을 전망이다. / trio88@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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