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했건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식이 밥이라는 말은 아쉽지만 이제 옛말이 됐다. 바쁜 출근길이나 점심시간, 출출할 때 밥 대신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빵도 밥처럼 주식으로 해서 먹는 식단이 얼마든지 가능해진 것. 여기에 커피를 곁들여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탁월한 식탁이 완성된다.
길을 지나다가 코끝을 자극하는 빵 굽는 향기에 발걸음을 멈춰서 ‘빵 쇼핑’ 을 해본 경험이 누구나 있지 않을까. 요즘에는 각양각색 눈길을 끄는, 먹음직스럽게 예쁜 ‘비주얼 빵’과 건강을 생각한 ‘웰빙 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1일 방송된 tvN 예능 ‘수요미식회’는 빵을 주제로 밥보다 빵을 좋아하는 소위 ‘빵순이’ ‘빵돌이’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했다. 방송을 통해 선구자적 입장에서, 우리 집에만 있는 빵으로 유명한 베이커리들을 소개했다.
요 몇 년 사이 전국 구석구석에 생겨난 수제 빵집들과 그들만의 베스트 메뉴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 의 ‘나ㅍㄹ*’제과점을 시작으로 대전의 ‘ㅅ*당’, 군산의 ‘ㅇ* 당’, 안동의 ‘ㅁ*스 제과’, 광주의 ‘ㄱ*제과’까지 특출한 메뉴를 내세운 빵집들이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빵순이들의 구미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빵에 얽힌 추억이 눈물샘을 자극(?)하기도 했다. 신동엽은 이날 ‘빵’이라는 주제를 듣고 가장 먼저 눈물의 카스테라를 떠올렸다. 유치원에 가고 싶었던 어린 동엽은 어머니와 함께 입학 상담을 받았지만, 값비싼 등록금 탓에 결국 다니지 못해 상처를 입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집에 오는 길에, 어머니가 사준 효자동 골목길 한 슈퍼마켓의 카스테라 맛을 여유가 생긴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카스테라는 신동엽에게 소위 ‘눈물 젖은 빵’이다. 우유와 함께 입에서 살살 녹는 달달한 맛이 그의 어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된 듯싶다. 빵은 이처럼 사람들의 곁에서 애환을 지켜본 ‘친구’이기도 하다.
칼럼니스트 황교익에게도 빵에 얽힌 추억이 당연히 있었다. “고등학교 때 빵집에서 처음으로 미팅을 한 적이 있다”며 기억을 소환했다. 이어 “그 날 그 예쁜 여학생에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런데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큰일이 났다. 그녀가 일진의 여자 친구였다”고 털어놓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처럼 빵은 아련한 추억을 문득 떠올릴 수 있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수요미식회’ 덕분에 다시 한 번 빵의 매력에 빠져본 날이었다./ purplish@osen.co.kr
[사진]‘수요미식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