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정화, 인생 캐릭터를 만나다[인터뷰]
OSEN 강서정 기자
발행 2015.11.12 11: 52

배우 김정화가 이제야 자신과 꼭 맞는 옷을 입은 듯하다. 물론 지금까지 연기했던 캐릭터들도 그와 잘 어울렸지만 JTBC 금토드라마 ‘디데이’의 은소율 캐릭터는 그가 가지고 있는 성향과도 잘 맞으니 말이다. 은소율은 따뜻한 마음과 배려로 팀원들과 환자들을 다독이는 외유내강의 정신건강과 전문의다. 지금까지 그의 행보를 보면 딱 은소율과 비슷하다.
김정화는 국내에서 꾸준한 봉사와 기부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있는 것은 물론 국제구호단체기아대책 홍보대사로서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등 선행에 앞장서 활동한 배우다. 때문에 ‘디데이’에서 재난으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고 치료해주고 보듬어주는 것이 그의 생활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누군가 저한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지금까지 네가 했던 캐릭터 중에 제일 너 같다’고요. 제가 차갑게 생겨서 도도하고 파스타만 먹을 것 같은 그런 이미지가 있는데 실제로는 안그래요. 털털하고 소탈한 면이 있어요. 생긴 것과 실제가 크게 갭이 있지 않아요. 대중이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는 다르죠. 그간 제가 맡은 캐릭터를 저에게 가져 오거나 제가 맞춰가거나 했는데 소율이는 저랑 비슷해요. 저는 친구들 만나면 얘기를 들어주는 편이에요. 조언하는 것보다 위로해주고 들어주는 부분이 소율이와 비슷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실제로도 김정화는 극 중 정신건강과 전문의 은소율과 같이 심리학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심리상담 관련 공부를 하기도 했다. 어쩌면 은소율이라는 캐릭터가 김정화에게는 운명이었던 듯하다.
“결혼 전에도 그렇고 남편도 저에게 심리상담을 공부하라고 제안하기도 했어요. 심각하게 고민도 했고요. 심리상담 책을 보기도 했었고 그 덕에 연기하면서 도움을 얻었어요. 의사 가운을 입고도 생각이 들었던 게 나중에 심리학을 공부하게 되면 이런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의사가운이 꽤 잘 어울리더라고요.(웃음)”
김정화는 ‘디데이’에서 정신과 전문의를 맡아 연기하고 있어, 사실 극 중 해성(김영광 분), 똘미(정소민 분) 등과 같이 수술실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재난민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마음의 상처를 치료해주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에 김정화는 연기하면서 재난으로 힘들어 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위로해주는 소율을 표현하는 데 집중했다.
“소율은 성숙한 캐릭터 인 것 같아요. 상황을 이성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조언하고 케어 해줘야 하기 때문에 따뜻한 말을 건네거나 눈을 바라보는 등의 연기에 중점을 뒀어요. 상황을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재난민을 위로해주고 힘을 줘야 하는 것은 물론 해성이가 외상성증후군으로 아팠을 때도 ‘여기선 네가 바로 치료를 해야 돼. 이려면 네가 원하는 의사가 될 수 없다’고 냉정하게 얘기한 게 아니라 같이 가슴 아파하면서 대사했어요. 상대방의 상황에 공감하는 거죠. 정신과의 기본이 역지사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그 사람의 마음이 나였으면 어땠을까’ 공감해야 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을 신경 썼어요.”
무엇보다 김정화는 지난해 6월 출산 후 은소율 캐릭터를 연기하면서의 마음이 남달랐다. 극 중 재난 속에서 한 임신부가 쌍둥이를 출산하고 아이들의 체온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장면이 김정화에게는 특별했다.
“평소에도 TV에서 재난 상황을 보면 가슴은 아팠지만 이번에는 실제 연기해보니 실질적으로 가슴에 와 닿고 극 중 체온이 떨어지는 쌍둥이의 체온을 올리려고 품에 안아서 돌보는 연기를 했는데 그 마음이 어떤지 알겠더라고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김정화는 사실 아이와 떨어져서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제 겨우 돌이 지난 아이를 두고 촬영장에 나서는 것이 아이에게 미안하기만 했다. 하지만 얼마 전 ‘디데이’ 촬영이 모두 끝나 다시 엄마의 삶으로 돌아갔다.
“아직 아이가 어리거나 출산 후 바로 활동하는 분들이 있는데 아이와 정서적인 교감을 많이 하고 싶었어요. 돌 지나고 활동했는데 미안한 마음이 있더라고요. 현장 가서 생각이 많이 났어요. 하지만 남편과 가족들이 연기하는 부분에서 이해하고 많이 도와줬고 가족들도 내가 없을 때 아이가 허전함을 느끼지 않게 해줘서 드라마를 잘 마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아이도 돌봐주고 옆에서 힘을 줬던 남편인 CCM 작곡가 겸 전도사 유은성에게 고마운 마음과 함께 민망해하면서도 닭살스러운 애정을 표현하며 달달한 결혼생활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김정화에게 남편 유은성은 절대적으로 지지해주고 힘을 주는 사람이었다.
“제가 연기를 하니까 너무 좋아했어요. 연애 때 작품 하는 걸 보고 결혼한 후 작품 하는 걸 처음 봤는데 좋아하더라고요. ‘디데이’ 첫 방송 때는 휴대폰으로 사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어요. 남편 말로는 예전에는 실물이 나은데 화면에선 다 안 나오는 것 같다고 했어요. 그런데 ‘디데이’에서는 실물 같이 나온다고 했죠. 예쁘게 나온다고 했어요.(웃음). 결혼 전에는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결혼 후에도 외로울 때가 있지만 더 큰 즐거움과 행복이 있어요. 고마워요.”/kangsj@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