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제들' 박소담 "정신적 고통? 악몽 한번 안꿨어요"[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5.11.12 14: 49

'강동원 보러 들어갔다가 박소담 보고 나왔다'라는 말을 들어는 봤는가. 영화 '검은 사제들'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다. 가히 신드롬에 가까운 강동원에게도 밀리지 않은 박소담이라는 배우의 존재감이 이 말 한 마디에 압축돼있다.
그도 그럴것이 박소담은 영화에서 눈부시다. 비록 머리는 삭발 상태에 얼굴은 괴기스러운 분장을 하고 있지만 여배우가 얼굴만으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에서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박소담이 극 중 분한 역할은 악령에 씌인 소녀 영신. '검은 사제들'이 소녀를 구하기 위한 두 사제의 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지만 그 대상이 되는 영신의 연기는 영화에 있어 매우 중요했다. 덕분에 '검은 사제들'은 박소담의 열연에 힘입어 흥행 순항 중이다.

박소담이 주목을 받는 건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엑소시즘의 고전, '엑소시스트'에서도 악령에 씌인 소녀 레건 역을 맡은 배우가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역할이 워낙 인상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역할이기에 그렇다. 때문에 캐스팅에 대한 욕심이 났을 수도 있을 법 했다. "은근히 욕심나지 않던가"라고 슬쩍 던져보니 그런 욕심보다는 이 역할을 잘 해내보고 싶다는 도전의 의미의 욕심이 났다고 했다. 이 역할을 풍성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 그것이 '검은 사제들' 영신의 시작이었다.
"시나리오를 보고 정말 중요한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어떻게 표현해야 하지 고민을 2차 오디션때부터 했는데 그때 김윤석, 강동원 두 선배님이 캐스팅 된 상태였어서 내가 그들 사이에서 잘 녹아들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하지만 잘 해낸다면 풍성하게, 잘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났어요/ 나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고요."
 
그러나 마냥 욕심을 부리기엔 그래도 여배우인데, 외모적인 망설임이 있을 법했다. 영신을 위해선 머리도 삭발해야했고 악령에 씌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얼굴도 괴기스럽게 분장해야했다. 치아도 흉칙한 구조물을 착용해야 했다. 그야말로 스크린 속 박소담은 철저히 망가졌다. '삭발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라며 웃어보인 그는 그래도 역할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평상시 여배우는 '예쁜' 사람이지만 이 역할을 맡은 여배우는 그러면 안 된다는 것을 박소담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머리를 미는 것에 있어서 여자로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질수도 있잖아요. 여자는 특히 헤어스타일이 중요하니까요. 사실 연기 때문에 머리를 미는 것에 있어선 걱정을 안 했는데 끝나고 난 뒤에 나홀로 머리를 길러야 하는 그 과정들에 대한 걱정이 있었어요.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 하하. 있긴 햇지만 영신은 괴기스럽게 나오는게 맞는거고 여배우가 예뻐야 하지만 이 역할에선 그런 모습이 나와선 안 됐으니까요. 역할에 맞는 얼굴을 하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독하게 먹은 만큼 박소담은 영화에서 빛났다. 하지만 주변의 걱정어린 시선도 많다. 아직 어린 나이에 저렇게 힘든 역할을 하고는 잘 버텨냈을까, 대부분 이런 걱정들이다. 실제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을 품고 갔던 인터뷰장에서 박소담은 의외로 '긍정의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악몽 한 번 안꿨단다. 아마도 장재현 감독이 자신의 이런 모습 때문에 캐스팅 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박소담이었다.
"정신적으로 빠져나오기 힘들 수 있는 역할이고 빠져나오지 못하면 고통스러울수도 있는 역할이잖아요. 그래서 '컷' 소리가 나면 본래의 해맑은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는 긍정적이고 밝은 친구를 찾고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밝은 편이기도 하고 긍정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그런 모습이 나왔나봐요(웃음). 그 모습을 보시고 다들 '이 친구라면 거기에 빠져있지 않겠구나' 그런 생각이 드셨다고 하더라고요. 저 촬영하면서 악몽 한 번 안 꿨어요(웃음). 정신적으로도 힘들지 않았죠. 아마 제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연기하고 숙소에 갔다면 걱정 때문에 잠을 못 이루거나 악몽을 꿨을지도 모르죠. 그런데 촬영이 끝나면 항상 선배들과의 자리로 하루를 마무리를 해서 그런지 잠을 잘 잤던 것 같아요. 선배들과 연기에 대한 대화들을 계속해서 나누다보니까 정신이 좀 평온했던 것 같아요. 하하." / trio88@osen.co.kr
 
[사진] 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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